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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27. 2022

마음의 안부를 물어봐주세요

요즘 마음이 어떤가요?

내 마음의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에게 나는 약하다. 누군가를 만나면 건네는 흔하디 흔한 잘 지내냐는 인사가 아니라 내 눈을 찬찬히 바라보며 요즘 어떤지 어떤 마음인지 물어주는 상대방의 한마디에 훅하고 마음이 흘러내린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한순간 눈물이 흘러 당황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마음 안부를 묻는 질문에 반응하는 나의 깊숙한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큰 고비가 있었던 것도 지독한 사건이 있지도 않았던 내 인생에 뭐 그리 깊은 상처가 있다고 이런 타이밍이 잊을만하면 찾아오는지. 이쯤이면 크게 무슨 일이 있지 않아도 아픈 구석 하나쯤은 주인도 모르는 사이 생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최 그 존재를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정 욕구.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욕구 중에 스스로 채울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인정 욕구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 평가에 목말라한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 어떻게 대하느냐보다 나를 향한 상대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심하면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인 양 평가 안에서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기도 한다. 



내가 요즘 제일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는 사람은 이미 자신이 단단하고 귀한 사람이란 걸 아는 사람이다. 정말 복 받은 사람들. 무턱대고 내 말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도 나는 소중하고 잘 해내고 있다고 자신을 안아줄 만큼 품이 큰 사람이 실제로 커 보인다. 



내가 크던 시절만 해도 부모가 자식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이 아니었다. 모자란 부분을 지적하지는 않았어도 잘하는 것 또한 언급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 사실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바빴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존감 그 하나는 아이에게 가지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심어주지 못한 그 마음, 나는 잘하는 것 없이 못하는 것만 많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시절의 아픔을 아이는 모르고 살아가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물려준다면 1순위는 자존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는 귀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어쩌면 닭살이 돋고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말, 귀한 사람. 빈말이 아니라 내가 아이를 낳고 나니 모두 정말 귀하게 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며 흔들리면서 자라겠지만 그 속에서 나를 온전히 잃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착하다는 단어는 쓰지 않고 소중하다, 귀하다 이렇게-  잘 못한다고 실수한다고 해서 너는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줄 때마다 덤으로 나도 위안을 얻는다. 내가 말하고 내가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말들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이가 아닌 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가 더 좋든, 나에게 해주기에는 조금 민망한 말을 아이에게 해주며 나도 그 속에서 엿듣는다. '아이도 너도 그렇다' 이런 마음으로 컴컴한 밤, 아이에게 매일 이야기해준다.



어릴 때부터 나도 그런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걸-

예전 엄마들은 왜 그렇게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을까.. 이런 불만을 품기 전에 그냥 지금부터 내가 나에게 해주겠다 마음먹고 말았다. 그 시대에는 아이를 그냥 잘 키워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버거웠을 테니까. 





"요즘 마음이 어떤가요?"

이 질문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나의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진짜 너, 너의 마음 그 하나만을 위한 질문이라서 따뜻하다.

나에 대한 관심이 담겨있는 이 질문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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