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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16. 2022

자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5일 오후 7시

[행정안전부] 정체전선의 남하로... 산사태 및 침수위험 지역은 미리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16일 오후 4시 20분

[산림청] 산사태 위기경보 '주의'단계 발령.

저녁 6시

[행정안전부] 호우주의보 발효.



주말부터 남쪽에 내린다는 폭우 예보는 우리를 두렵게 만들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얼마 전 중부지방에 넘쳐 내린 비로 피해를 입은 사진을 본 이상 이제는 단순한 호우주의보 알림 문자가 아니었다. '너희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곧 말이야. 각오 단단히 해. 혹시 모르니까' 자꾸만 사진들이 떠올라서 협박문자로 느껴졌다.



그때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은 너무나도 멀쩡한 여름 날씨라 서울, 경기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니 이게 현실인지 합성인지 영화인지... 도대체 현실감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그저 '우리 땅덩어리가 생각보다 넓네' 한마디 하며 내 일을 할 수 있는-그 정도의 사진들이 아니었다. 뉴스 영상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 신문, 톡방 사진들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상황을 넘어서 그저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차가 반 넘게 잠기고, 그 차 위로 사람이 올라가 차 지붕에 비를 맞으며 앉아있고, 지하철이나 식당에 물이 차오르고, 반지하에서는... 비가 얼마나 많이 내리면 이런 광경이 실제로 일어날까? 이런 재해를 우리는 예측도 대응도 할 수 없이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고 혼란스러웠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아 밖을 내다봤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냥 쳐다보고 있었는데 순간 모든 이들이 끼고 있는 마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2년 반을 매일같이 쓰고 있는 마스크.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매일 쓰냐/ 아이들이 답답해서 괜찮을까/ 이걸로 코로나가 막아지는 건 맞을까/ 이거라도 제발 좀 잘 쓰자/ 나도 쓰기 싫고 아이들에게도 씌우기 싫지만 최선 또는 최후의 방패로 마스크는 우리의 일상에 제일 필요한 것이 되었다.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하루 이틀... 이제 아이들이 더 마스크를 챙기고 마스크가 여분이 없으면 무엇보다 먼저 주문을 하는 생필품이 되었다. 불편함보다 그냥 당연한, 나갈 때 신발을 신듯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챙겨야 하는 한 가지가 되었다. 



섬뜩했다.

역병이 돌고 시간이 흘러 점점 약해졌지만 결국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새 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게 된 우리의 모습이 말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도 하고 그게 순응하며 잘 사는 일이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이 거리낌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이제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섭고 이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릿속에 그려지지조차 않았다.



며칠 전, 해가 쨍쨍 너무 덥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반찬거리를 사러 나가다가 비를 만났는데 집으로 가서 우산을 가지고 다시 나설까 그냥 조금 맞고 뛰어갈까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방금까지 맑았고 하늘에 잠시 먹구름이 지나는 길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비려니 하며 장을 보고 나오면 다시 맑아져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계속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소나기가 퍼붓고 있던 때라 뛰어가지는 못하고 잠시 마트 앞에서 내리는 비를 쳐다보며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도 이제 열대성 기후가 되나 봐. 지나가는 비 스콜 이런 거 같아"




다행히 부산에는 안전 안내 문자의 당부보다 수월하게 비가 내리고 있다. 내리다가 그치기를 무한반복 중이다. 퍼부을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다. 비 내리는 소리를 좋아하는데... 얼마나 많이 내릴지 조마조마해서 빗소리를 즐길 수가 없는 오늘이다. 우리 집은 비가 얼마나 내려도 피해가 없지만 부산은 워낙 산이 많이 많고, 그렇기에 위험요소가 더 많다.  얼마 전 본 위쪽 지방의 사진들의 잔상이 커서 안전 안내 문자는 더 호들갑을 떨었나 싶기도 하다. 단속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고작 40년을 살았을 뿐인데-

내가 어릴 적 환경과 지금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좋은 방향이라면 좋겠지만 너무나도 나쁘고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늙고 아이들이 한참 세상을 누비고 살아갈 때,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생각하다 보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 이 상황들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하나를 사도 모두 비닐에 포장이 되어있는데.

재미 붙인 마켓 컬리. 배송 올 때마다 박스에 담겨오던데 그것도 중지해야 하나.




자연을 보호하고 아낀다는 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혼자 부지런히 실천한다고 그 큰 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이기나 할까. 국가에서 더 나서서 일회용품을 못쓰게 하거나 (100원 내면 비닐을 주는데... 그냥 100원 내고 말지 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 같다) 포장봉투를 종이로만 쓰게 하는 등 나의 좁은 상식으로 생각해낼 수 없는 많은 해결책들을 장치로 마련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하나 텀블러 매일 들고 다녀봐야 영향력, 힘이 한참 모자라다.

큰 틀 제시하고, 그 안에서 개인적으로 시키지 않는 것까지 더 잘 지키는 사람, 그냥 정해진 것만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심각성은 개인에 따라와닿는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물건을 아끼고 쓰레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은 한정적인데 여전히 위협을 느끼지 않고 흥청망청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비 오는 소리가 이렇게 심란한 밤.

핸드폰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온통 마스크 쓴 사진이라 우울한 밤.

지금 친환경적으로 바꾼 것들(면생리대, 천연 수세미, 천연세제, 천연비누, 장바구니) 외에 일상에서 더 많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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