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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19. 2022

굳이 8월에 도전한 달리기

이 더운 여름, 한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내가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달리기. 키가 큰 편이라 학교 다닐 때 달리기 잘했겠다는 소리를 가끔 듣지만, 달리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사실 왜 달려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굳이 달려야 할 일이 없었다. 내 생애 한 순간, 내 아이가 걷고 뛰려고 하는 무렵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잡으려 나도 함께 뛰어다니던 시절 빼고 말이다.



작년 한 작가님이 달리기 모임을 시작하셨다. 달리는 이야기로 책을 쓰셨기에 달리기에 애정이 있는 건 익히 알고 있었고, 그런 모임을 열거라는 예상도 했었다. 나의 예상처럼 달리기 크루를 모집하셨고 사색 짙은 달리기에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 그래서 그맘때쯤 나의 인스타 피드에는 달리기 모임 인증사진으로 가득했고 그걸 매일 보고 있으니 점점 '달리기가 왜 매력 있을까?!' 조금씩 궁금해졌다. 당장 달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 건 아니지만 약간의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다음번엔 나도 함께 할까?' 생각만 하다가 그 모임은 끝이 났고, 그 후로 달리기는 내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걷고 필라테스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운동량은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올해, 새로 참여한 모임에 또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자신의 콘텐츠가 뚜렷했고 줌으로 함께하는 화면을 뚫고 나오는 집중력. 우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계속 생각하고 자꾸만 필기를 하고. 함께 하고 있지만 혼자 너무나도 열심히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이분의 콘텐츠도 다름 아닌 달리기였다. 체력이 좋아서 그런 걸까-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모임 준비를 오랫동안 하셨고, 그러다 체인지 러닝 크루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고 느꼈던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만의 그 에너지. 건강하고 긍정적이어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다. 1기, 2기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나도 드디어 3기에 합류했다. 제일 더운 8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말이다.



체인지 러닝 크루 3기.

달리기 시작한 지 이제 3주 차가 되었다. 초보 러너로 (러너라는 말은 아직 낯간지럽지만^^) 런데이 앱을 깔고 런오빠의 구령에 따라 뛰고 걷기를 반복하고 있다. 달리는 시간은 1번에 이제 겨우 2분. 처음으로 달리기에 도전하는 거라 무리하고 싶지 않았고, 달리기로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많이 그리고 빨리 달릴 이유가 없다. 그저 내가 일주일에 3번, 달리는 일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무척이나 의미가 있다.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선택하는 것. 그 행위만의 희열이 있다. 먹고사는 일,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의미부여를 할 이유가 없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루 안에 넣는 건 내 의지가 100프로 필요하다. 그래서 달리기처럼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지만 내 몸과 마음을 움직여 결국 해내는 일은 자신감+1이 자동적으로 채워진다.



나는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이라 여름에 걷기를 해도 사실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다. 그런데 달리기는 달랐다. 고작 2분씩 4번을 달리는데도 온몸에 땀이 흐르고, 눈에 땀이 들어가는 걸 보니 신기했다. 별 일 아닌 이 경험이 나는 처음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 좋은 여름.

달리기로 최대한 땀을 흘릴 수 있는 여름.

어차피 흘릴 땀, 달리기로 작정하고 땀을 낼 수 있는 여름.

달릴 의지가 제일 필요한 여름.

내가 달리기를 굳이 8월에 선택한 이유다.



고작 30분의 시간으로 하루를 활기차고 행동감 있게 지낼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마 앞으로 자주 달리는 내 모습을 마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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