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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Sep 01. 2022

기분전환을 위해 청소에 집중하는 아줌마

2일 전부터 조금씩 기분이 처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기에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와 트러블이 있지도 않았고 컨디션도 괜찮다. 달리기를 시작해서인지 허리가 뻐근하긴 하지만 이것도 홈트로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고.. 이유를 찾아 요 며칠을 되돌아봐도 알 수 없었다. 이럴 땐 일찍 자야 한다며 아이들과 10시에 함께 누웠다. 

왜 기분이 가라앉는 걸까. 내일도 우울하면 뭘 할까. 뭘 하면 좀 괜찮아질까.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지 알았는데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을 보며 몸을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해결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 이유불문 명한 상황이라면 해결법은 몸이 바빠야 한다는 것. 혼자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 했고 아이들 등원시키고 와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식탁과 바닥에 어질러져있는 아이들의 낙서 종이, 장난감 등 버릴 것과 보관할 것으로 구분하며 봉지 한가득 비워냈다. 쌀쌀해지는 날씨라 옷장 정비도 필요하다 싶어서 서랍 깊숙이 있는 러닝을 꺼냈는데 5-6개월 사이 조금씩 얼룩이 져있기에 몇 가지를 들고 나와 큰 솥에 삶았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삶는 냄새가 집안에 솔솔. 갑자기 청소하는 맛이 났다. 걸레를 빨아서 방구석구석 무릎을 꿇고 닦고 있으니 엄마가 생각났다. 뭘 그렇게 매일 집을 쓸고 닦느냐며 열심히 청소하던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마음이 복잡해서 우울해서 그랬나-싶은 마음에 엄마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집안을 청소하고 빨래도 삶고 세탁기도 돌리고..

베란다에 있는 분리수거함에 넘치도록 쌓인 쓰레기도 내 다 버리고, 거실과 화장실에 있는 휴지통을 모두 비워서 쓰레기도 버리고, 맘먹어야 하는 화장실 청소까지 클리어.

알 수 없는 감정 기복을 청소로 제거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이제 진짜 아줌마가 다됐구나.. 싶었다. 이 생각에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리고 끝으로 30년 지기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뜸하게 통화를 해도 할 말은 줄 서있는 우리, 몇 달만에 전화해서는 지금 내 기분이 이렇다는 말없이 그냥 수다만 1시간을 떨었다. 

그래, 이거면 됐지.





우울한 기분을 오래 가져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어떻게 이걸 가라앉힐까 나만의 방법을 찾고 있다. 늘 기분이 좋을 순 없고 행복할 수는 없기에 갑자기 찾아오는 이런 감정을 막을 수는 없고, 짧게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내용 없는 글을 쓰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건 분명 태풍의 영향으로 어제부터 날이 흐리고 비가 왔다 갔다 하는 날씨 탓이라고, 

그냥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 

그래서 기분이 이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아줌마 기질 덕분에, 집도 마음도 조금은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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