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혜진 작가 Sep 21. 2022

잘 지내나요?

하늘을 한번 보세요

태풍이 지난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어느새 찬 공기가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간밤에 왠지 추운 기분에 이불을 목까지 덮고 잤는데 하루 사이에 가을이 와있었다. 1층이라 겨울이 빨리 찾아오는 우리 집. 거실에 나오자마자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모두 닫고 긴팔로 갈아입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9월 중순, 가을의 온도가 찾아왔다.


지난주까지 더웠고 태풍으로 정신도 없었고. 가을이 올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덥다며 가을을 기다렸더니 "나 왔어"하고 대답을 한다. 추위를 싫어하는 나는 쌀쌀함을 기다렸음에도 반갑지가 않다. 곧 겨울이구나 싶은 마음에 짧게 지나갈 가을을 즐겨야겠다는 마음이 갑자기 들어서 캠핑장을 알아보고. 아침을 의식의 흐름대로 채웠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아이들 긴팔 옷을 꺼내 입혔다. 낮에는 더울까 봐 반팔을 입힐까 등원 길에는 추운데 긴팔이 필요해-반팔과 긴팔을 고민하다 반팔티셔츠에 긴팔 얇은 점퍼를 입혀 등원을 했다. 이 조합, 오랜만이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오늘 길,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아기고래를 만났다. 매일같이 보는 하늘이어도 볼 때마다 다르다는 사실이 늘 새롭다. 그 자리에 항상 있지만 구름 모양은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다.  하늘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우리의 날들 역시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

수요일에 있는 강의 덕분에 1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당일 강의에 집중하고 마치고 나면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다. 목요일은 그림을 그리는 날이라 또 하루를 그 일로 다 채우고 정신 차려보면 금요일이 된다. 금요일 하루 숨 좀 쉬면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 월요일부터 제대로 수요일 강의 준비에 들어간다. 수요일 2시간을 위해서 평일 2-3일이 모두 쓰인다는 사실을 보면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 분명하다. 그래도 이어나가고 싶고 잘 해내고 싶어서 아직 차지 않은 역량을 끌어올려본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좋아서 시작한 일에도 버거운 마음, 하기 싫은 마음,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 등이 존재한다. 즐기며 시작했음에도 정말 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 있기에 즐김과 동시에 받아들여야 할 감정이 있다. 그래서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에도 그냥..'나는 뭐 하고 있나, ' 난데없이 힘 빠지는 생각이 찾아온다. 


이럴 때 올려다본 하늘은 위로가 된다. 아이처럼 이쁜 구름 하나 찾아서 이름도 붙여주고 구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다보면 내려간 에너지가 채워진다. 그러고 있으니 누군가에게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고 싶어 졌다. 


"잘 지내고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기분전환을 위해 청소에 집중하는 아줌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