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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Oct 26. 2022

한량, 이 단어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책을 쓰고 새벽 4시에 일어나고 강의계획서를 작성해 여기저기 지원하고 매달 모임을 열고-어린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그것들을 다 하는지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다. 지난 2년 반정도 나는 내 생애 가장 치열하고 촘촘하고 애쓰며 살았기에..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충분히 나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 시간 안에서 충실히 살아내고 있을 때 나는 내가 많은 것을 해내고 산다는 걸 느끼지 못했지만, 이이제야 '그래, 진짜 허투루 시간을 쓰지않으려 애썼다'는 마음으로 그때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이렇게 글을 쓰고, 강의를 애써 잡지도 모임을 열지도 않는다. 새벽기상도 멈춘지 몇 달이 되었다. 11시쯤 잠이 들고 7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내년에 시작하고싶은 일을 위해 그림을 배우러 1주일 2번 다니는 일 외에 열정을 퍼붓는 일이 없다. 2번째 책을 올해 안에 계약하고싶으면서도 매우 열심히 하지도 않고 띄엄띄엄 투고를 한다. 하고싶은 건지 하고싶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을만큼 마음이 왔다갔다 하고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재촉하고 게으르다 야단치지않는다. 



나는 이제 열정이 식은걸까.

그렇다면 열정은 왜 식었을까.



시작은 결핍이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결핍.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아야했고 그래야 내일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창밖은 밝고 맑고 눈이 부신데 나를 둘러싼 기운은 컴컴하다못해 가끔은 공기조차 사라지고 있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속에 갇히기싫어서 몸부림치던 시간들. 나를 찾고 채우고 다시 나만의 빛을 내기 위해서 시작된 여정이 조금씩 사그라들어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다면 이제 그 결핍이 채워졌을까. 

결핍이 채워지고 걱정과 불안이 사라졌기에 나는 멈췄을까. 



-

나는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고 뭐라도 결과값이 나오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는 아무 결과없는 과정, 하루가 이어지더라도 마음이 불편하지않다. 돈도 벌고싶고 그것도 많이, 그리고 내 이름으로 일을 하고싶은 마음은 그대로지만 급하지않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또 불씨가 붙으면 나는 시작할거고 열심히 할 사람이라는 걸 지난 시간을 통해 알게되었다. 



일을 안하면 못견디는 사람이 나인지 알았는데 요즘의 나는 한량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엄마로 사는 시간도 더할 수 없이 좋아서 아이들에게 "아이고 이뻐라" 이 말이 계속 나오고, 나의 말에 씨익하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단 하나, 벌이가 시원찮은 것 빼고 말이다.



한량. 

이 단어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크나큰 변화가 반가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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