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혜진 작가 Jun 23. 2023

너는 글을 쓰고 싶어야? 아니면 책을 쓰고 싶은 거야?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을 때 책을 써요

첫 번째 책을 20년 11월에 출간했다. 멋모르고 시작한 책쓰기였기에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도 기대감보다 불안함과 걱정이 컸다. 그래서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출판사의 기한에 맞춰 퇴고를 하고 출판사의 일정에 따라 출간날도 정해졌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세상 제일 쉬운 일. 어려울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 작가로 불리는 날이 올 거라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책이 나오고 난 후 내가 할 일과 나의 감정 등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지냈는데.. 내 책이 나온다는 그 사실은 긍정의 기분보다 민망함과 부끄러움, 창피함 등 도망치고 싶은 감정이 먼저 찾아왔다. 육아를 하며 도망치고 싶어서 책을 읽었고, 내 이름으로 다시 살아보자며 책을 써놓고 그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에 또 한 번 현실을 달아나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뭔지. 사고를 제대로 친 느낌이었다.


얼떨결에 나온 첫 책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줬고, 글 쓰는 사람이라는 자기소개 멘트도 멋지게 선물해 줬다. 쓰는 일이 나에게 맞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고 내가 돈벌이를 다시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책이 나오기 전 내가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더 많은 장점이 나에게 안겼다. 고맙게도.


많은 감정과 생각 중에 제일 욕심 같은 건 매년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누군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멋져 보였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책 한 권 내보았으니 2,3권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올라 내년에는 어떤 글을 써볼까 혼자 구상도 종종 했다. 이렇게 브런치나 블로그에도 글을 매일 같이 쓰고 있으니 뭐라도 엮으면 책이 된다는 바람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처음으로 북토크를 열었는데, 내가 초대한 작가님은 이번에 7권의 책을 낸 전안나작가님이었다. 첫 번째 책을 17년에 출간하고, 2번째 책은 19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매년 한 권의 책을 내고 계시는 그야말로 내가 3년 전에 꿈꾸던 작가의 인생, 작가의 경력을 쌓고 계시는 분이다. 내가 꿈꾸던 그것이 얼마 나나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만나 뵙고 싶었다. 대단하다 얘기하며 작가님만의 비법이 있는지 묻고 싶기도 했다. 그 미션을 나는 실패를 했고 작가님은 성공을 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가 가진 건 오답노트뿐이어서 성공으로 가는 힌트를 하나 얻고 싶은 사심을 담아 열게 된 북토크에서 작가님의 이야기 중에 내가 건진 문장이 있다.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을 때 책을 써요



'맞아, 첫 책을 쓸 때 그랬지.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책을 쓴다고 마음먹었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이 나도 있었지.'

3년 전에 나로 돌아가 머리를 띵! 맞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아직도 쏟아내는 사람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되물어보았다. 첫 원고가 반 넘게 날아간 그때처럼,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그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몰두한 게 아닐까 날 선 눈초리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글을 쓰는 사람과 책을 쓰는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북토크를 통해서 분명하게 알았다. 그래서 오늘도 몇 번을 묻는다, 

너는 글을 쓰고 싶어? 아니면 책을 쓰고 싶은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3개월 차 워킹맘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