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혜진 작가 Jun 26. 2023

15일 만에 클래스 예약이 들어왔다

불확실성의 시간

"ooo님, 드로잉 커플 클래스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

15일 만에 예약이 들어왔다.


감사하게도 1달 클래스 정규반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신규 고객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수입보다 더 많이 그러니까 간신히 내고 있는 월세 이상의 금액을 벌려면 새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새로 시작하는 사람의 운빨은 이미 끝이 났는지 예약이 뜸해졌다. '어떻게 알고 예약을 하는 거지? ' 문을 열자마자 예약이 들어오는 경험을 하며 참 신기했었다. 예전부터 내 블로그 이웃이었다는 분도 왔었고, 오픈하는 기회를 통해 얼굴 한 번 보자 싶어서 찾아온 글쓰기 동지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예약을 준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연이 닿아있던 분들은 아니다. 그냥 검색을 통해서 오신 분, 지나가다 배너 광고 세워둔 걸 보고 오신 분들도 계셨기에 순조롭게 클래스 운영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뜸해진 예약이 걱정된 나는 공방을 잘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한테 물어보았다. 경험이 없으니 불안함은 더해질 수밖에- 5월은 행사가 많아서 이런 곳에 지출을 줄이기도 하고, 야외로 나가는 계절이라 원래 비수기라는 답을 받고서야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맘 졸이던 긴장이 풀렸다. 원래의 상황이 그렇다면은 5월은 나도 좀 여유롭게 가고 6월 더워지면 다시 사람이 모이겠지, 긴가민가한 초짜사장은 선배 사장님의 말만 믿고 5월을 지냈다.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6월이 되어도 원데이 클래스는 뜸하게 예약이 잡혔다. 친구끼리 그림을 그리러 와서는 너무 좋은 시간이라며 다음에 꼭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간 손님, 아이와 함께 와서 곧 첫째를 데리고 오겠다는 말을 한 엄마 등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인사말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말을 순진하게 자꾸만 믿는 나는 지금 공백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5달 만에 흑자가 되었어요. 적금을 깨서 월세를 밀어놓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번달은 2만 원 남겼네요"

우연히 만난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런 거였어..'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세상물정을 몰랐구나, 지금 너무 고마운 거구나' 하며 안도감이 들었다. 나를 위로하라고 보내준 누군가의 선물인가 싶을 만큼 그녀의 고백이 감사했다. 첫 달부터 적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훌륭한 결과물인지 사실 알지 못했다. 최소 100만 원은 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혼자 저 높이 기준을 세워놓고 왜 매달 달성하지 못하는지 되물으며 속이 쪼그라들었다.




헤쳐나가야 하는 벽이 한두 개겠냐만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업에 대한 미션을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 매일 생각한다. 이 공간을 마련하면서 사업자와 월세까지 내는 사장님이 되기로 했다면, 내 업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구멍가게든 큰 사업이든 내 이름을 걸고 내 시간을 거는 일은 결국 돈이 되는 경험을 쌓게 만든다. 애만 보고 집에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며 생각하고 배우는 경험은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상황이 내 마음대로 내 욕심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 어딘가로 데려다줄 거라는 믿음은 있으니 버티며 나아가는 수밖에-


공방을 한다는 건 이곳을 알리는 적극성과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줄다리기 같다. 나 혼자 좋아서 앉아있다고 누가 오는 것이 아닌 타인과 연결되는 계기가 있어야 찾게 되는 곳이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이북적이게 될지, 큰 숙제 하나를 안고 다니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는 글을 쓰고 싶어야? 아니면 책을 쓰고 싶은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