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으로 시작해 웃고 지내는 7월
7월은 한숨을 쉬면서 시작한 달이었다. 클래스 예약이 어느 순간 뜸해졌고, 정규반으로 다니고 있는 5손가락으로 다 세어지던 숫자의 수강생들도 하나 둘 바쁜 일정 탓에 당분간 쉬고 조금 한가해지면 다시 오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아쉽지만 여유가 생기면 다시 오시라는 문자를 보내고 한숨을 쉰다. 몇 달째 다니다가도 일상이 바빠지면 일주일에 2시간 틈도 못 내는 게 우리네 삶이라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100%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는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매달 오시던 분이 발길을 끊으면 비용적으로 그만큼의 공백이 생긴다. 그것도 이번 달뿐 아니라 두 달 혹은 그 이상으로 말이다. 다시 온다면 정말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한 거고, 다시 오지 않는다면 그림 또는 이곳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봐야 진짜 상황을 알 수 있다.
3월에 오픈을 해서 지금까지 3달 넘게 매주 만나던 분과 헤어지고 나니 마음이 더 가라앉았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있다가도 없앨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와닿는 순간이었다. 먹고사는 일과는 관계없는 취미생활. 요즘 취미 하나씩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황이 안되면 제일 먼저 줄이고 없애는 항목임은 틀림없다.
원데이 클래스 예약도 잠잠하고, 정규반 수강생도 2분이나 잠정 중단을 한 상황. 문을 연지 4달도 안 돼서 다시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입에서 "이걸 다시 접을 수도 없고" 이 말이 절로 나왔다. 성격이 급한 내가 천천히 반응을 기다리는 일은 목 뒤를 바짝 서게 만들었다.
" OO님 예약이 되었습니다."
" OO님 예약이 되었습니다."
" OO님 예약이 되었습니다."
3일 연달아 예약이 들어왔다.
불안함에 빠진 사장님의 마음을 누가 보고 도와주는 걸까? 예약 알림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모임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가졌었다. 책 한 권 내고서 시작한 일들로 연결되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내가 생각해도 뭘 보고 이 모임에 오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한 분 한 분에게 그런 마음을 담아 아는 걸 하나라도 더 알려드렸다. 그런데 이번에 알았다. 그때는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이라는 티 나지 않는 많은 이기심이 있었다는 것을. 돈 들이지 않고 벌이는 일들이니 그나마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면 치사한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월세라는 놈 덕분에 더 치열하게 내 일에 대해 생각해야 했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이곳을 궁금해하고 오고 싶게 만들지 고민했다. 사진도 보정해서 톤을 맞추고, 매일 릴스도 올리고, 1주일에 2편 이상 키워드 잡아서 블로그도 쓰고... 그러면서 더 돈을 기꺼이 지불하러 오시는 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은 치사한 그 마음에 머물러있었을 것이다. 월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는 엄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잘 벌거라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말들을 뱉은 철없는 나지만 새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숨으로 시작한 7월이 아마도 오픈한 이후로 최고 많은 수익을 내는 달이 될 것 같다. 보이지 않던 길이 정말 막다른 골목처럼 느껴졌었는데 코너만 돌면 또 다른 길의 시작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민하면서 지속해 나가면 어떻게든 길이 열린다는 사실, 이번에 또 한 번 느꼈다. 찾아주는 분들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