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쓴 시간들은 내 안에 남는다
돌아보니 그 시간동안 나에게 남은 것은 정말 많다. 결국 이제는 조금 쉽게 해낼 수 있는 것들도 생겼고 나의 기준은 또렷해졌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걸 보면 그 시간들은 정말 나에게 남겨준 것이 셀 수 없이 많다.
버티는 싸움.
결국 버티는 자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작점은 분명 모두 똑같은 모습이지만 마지막의 장면은 모두 다르기에 지지부진한 과정을 얼마나 버티느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내나가느냐에 따라 종착지가 달라진다. 빨리 어느 정도의 높이, 벌이에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년을 제자리걸음처럼 종종거린 후에 단번에 큰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포기하게 만든다.
내 공간을 열고 나니 조급한 마음들이 많이 찾아왔다. 집에서 혼자 일하던 것들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종종거리기도 했다.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일할걸' 후회한들 이미 내 손으로 일을 벌인 뒤였다.
책을 내고 싶어서 수없이 답도 없는 메일을 보내고, 책을 홍보하고 싶은데 내가 직접 하기엔 힘이 없으니 모르는 이들에게 메일로 부탁도 하고, 대답 없는 sns에 주저리주저리 혼자 떠들기도 하고, 내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어서 강의를 잡고 싶은데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부산의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에 일일이 가입해 이력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내가 무얼 하는 존재인지 아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허공에 대고 외치며 애쓰던 시간들이 이제야 내 안에 다 쌓여있음을 느낀다.
부지런히 기록해 둔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강의 제안이 오고, 하나의 강의가 끝나면 담당자의 소개로 다른 제의가 들어오고, 수업하러 오신 수강생분이 또 다른 수업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1명일지라도 그 뒤에 숨겨진 더 많은 연결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증명해 보이는 중이다. 4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싹을 틔우고 이제 작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걸까.
지금 이루려는 일이 애씀에도 닿지 못하는 건 내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할 때가 지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실패에도 쿨해질 수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쌓으면 훨씬 더 쉽게 해낼 수 있고 생각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음을 늘 스스로에게 독백하듯 말한다. 네가 못나서가 아니라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만났고 그 일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일 새롭고 고맙다.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허공을 향한 헤딩은 다 때가 되면 성공하게 되는 것처럼 당장의 결과물이 없더라도 그저 버티며 할 수 있다면,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결국 뭐든 해내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