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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02. 2023

내가 못난 게 아니라 결국 때가 아님을

애쓴 시간들은 내 안에 남는다

단 몇 장일지라도 책을 매일 읽으려고 애쓴다.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야 내가 중심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자기만족의 의식처럼 잘 보이는 곳에 책을 두고 10분이라도 글자에 집중한다. 그러지 않으면 머물러 있기 쉽다는 사실을 알기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에도 스스로를 끌어당겨 앉힌다. 얼마 전 읽은 책들 중에서 유난히도 강렬한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이 있다.


'애쓴 시간들은 내 안에 남는다'


수많은 문장 중에 이 한 줄이 기억에 남는다는 말은 내가 애쓰고 있거나 이렇게 애씀에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거나 애쓰고 지나온 시간이 허무한 감정이 들거나ㅡ3가지 중에 한 가지 혹은 모두 느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한 지 4년쯤 되었다. 기존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기에 4년 동안 많은 것들을 즐기기도 하고 남과 나를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것들, 처음 가보는 길이 순탄할 리 없고 흔히 말하는 꽃길일 리도 없다. 꽃길만 걷자는 말은 그렇게 되기 힘들기에 나에게 상대에게 빌어주는 것이 아닌가. 멀리서 보면 희극인 삶은 타인으로 하여금 많은 부분 부러움을 불러왔다. 그의 애씀은 짐작할 뿐 알지 못하기에 그저 좋은 부분, 잘되어가는 것만 눈에 보였다. 수업 하나 따내기가 이렇게 어렵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부딪히며 깨나 가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돌아보니 그 시간동안 나에게 남은 것은 정말 많다. 결국 이제는 조금 쉽게 해낼 수 있는 것들도 생겼고 나의 기준은 또렷해졌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걸 보면 그 시간들은 정말 나에게 남겨준 것이 셀 수 없이 많다.




버티는 싸움.

결국 버티는 자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작점은 분명 모두 똑같은 모습이지만 마지막의 장면은 모두 다르기에 지지부진한 과정을 얼마나 버티느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내나가느냐에 따라 종착지가 달라진다. 빨리 어느 정도의 높이, 벌이에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년을 제자리걸음처럼 종종거린 후에 단번에 큰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포기하게 만든다.


내 공간을 열고 나니 조급한 마음들이 많이 찾아왔다. 집에서 혼자 일하던 것들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종종거리기도 했다.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일할걸' 후회한들 이미 내 손으로 일을 벌인 뒤였다.


책을 내고 싶어서 수없이 답도 없는 메일을 보내고, 책을 홍보하고 싶은데 내가 직접 하기엔 힘이 없으니 모르는 이들에게 메일로 부탁도 하고, 대답 없는 sns에 주저리주저리 혼자 떠들기도 하고, 내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어서 강의를 잡고 싶은데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부산의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에 일일이 가입해 이력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내가 무얼 하는 존재인지 아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허공에 대고 외치며 애쓰던 시간들이 이제야 내 안에 다 쌓여있음을 느낀다.


부지런히 기록해 둔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강의 제안이 오고, 하나의 강의가 끝나면 담당자의 소개로 다른 제의가 들어오고, 수업하러 오신 수강생분이 또 다른 수업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1명일지라도 그 뒤에 숨겨진 더 많은 연결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증명해 보이는 중이다. 4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싹을 틔우고 이제 작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걸까.


지금 이루려는 일이 애씀에도 닿지 못하는 건 내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할 때가 지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실패에도 쿨해질 수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쌓으면 훨씬 더 쉽게 해낼 수 있고 생각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음을 늘 스스로에게 독백하듯 말한다. 네가 못나서가 아니라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만났고 그 일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일 새롭고 고맙다.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허공을 향한 헤딩은 다 때가 되면 성공하게 되는 것처럼 당장의 결과물이 없더라도 그저 버티며 할 수 있다면,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결국 뭐든 해내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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