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딱 오늘치만큼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
이사를 하고 나서부터 7살 아이와 어린이집 도보 등원을 하고 있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진행해야 하는 수업이 있어 시간정상 빨리 움직여야 하는 날이면 운전을 해서 서둘러 아이를 데려다주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9시쯤 아이와 아이의 씽씽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날이 더워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침에는 아직 걷기 좋은 5월이다. 햇살이 아침부터 강렬하긴 해도 그 때문에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더 시원하게 느껴지니 햇볕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 아니면 하루 종일 걸을 일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아침에라도 부지런히 걸으려고 애쓴다.
씽씽이를 타고 가는 아이와 나의 걷는 속도가 맞지 않으니 아이와의 거리가 벌어지면 둘 중에 답답한 사람이 행동을 달리한다. 엄마와 거리가 멀어졌다 싶은 아이가 멈춰 나를 기다리거나, 오늘은 속도가 더 빠른데 싶은 내가 아이의 속도에 따라 달려가거나. 그렇지도 않으면 차와 마주칠 수 있는 길에서 아이는 멈추고 엄마가 오기를 기다린다.
아파트 옆 좁은 길을 지나 조금 큰길로 나왔다. 대천천 산책길이 있는 곳이기에 큰 나무들이 흔들흔들 우리를 환영해 준다. 요즘은 나무가 흔들리는 것만 봐도 멍하니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그 순간의 기분을 있는 힘껏 느끼고 싶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단 1초라도 바라본다. 이 길을 지키고 있는 이 나무들과 하천 덕분에 아침이 이렇게나 상쾌하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자는 아이 때문에 비록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덤으로 있는 산책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또 다른 행복을 만났다. 아파트와 인도 사이 피어난 장미. 그래 맞아, 지금이 5월이지. '무슨 꽃이 주변에 피어있나' 그것만 살펴봐도 지금이 몇 월인지 알 수가 있다. 40년 넘게 살면서 40번을 넘게 만난 계절들. 그러니 이제 제철 꽃, 제철 과일 이런 거는 삶의 연륜처럼 기본값이 되었다. 5월의 장미. 날짜도 모르고 살던 내가 아이의 등원길에 만난 장미 덕분에 5월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휴대폰을 꺼내 장미를 찍어본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꽃 사진을 찍는다던데, 그 말은 아마도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을 쉽사리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가지게 해 준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 꽃과 나무들이 오늘만 여기 있었던 걸 아닐 텐데 예전에는 있어도 관심 없이 그냥 지나가던 길을 이렇게 발길 멈추고 핸드폰까지 꺼내 굳이, 다시 꺼내볼 사진도 아니면서 찍는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도 찍고 향기도 맡아보고, 이 길을 얼마 전에도 걸어갔는데 언제 이게 피었나 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저기서 아이가 부른다. 아차! 아침부터 너무 감성을 끌어왔나 보다 싶은 마음에 현실로 돌아온다. 서둘러 아이에게 달려간다.
행복이 별거냐-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보고 담을 수 있으면 됐지
오늘도 딱 오늘치만큼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