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첫 주는 1, 2학년들이 4교시로 단축수업을 하기 때문에 방과후수업시간도 당겨져 기존 타임 외 1타임이 더 늘었다. 그래서 누가 어느 시간대에 수업을 들으러 오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정신이 없었다. 방과후교사라는 자리가 처음인 나에게는 이 혼란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예전 그러니까 거의 30여 년 전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건물이 일자형태로 심플하고 건물도 하나였는데, 요즘은 ㄴ,ㄷ자, 약간 ㄹ자형태도 있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겼으니 계단 입구 벽에 붙은 지도를 보아도 어디가 어딘지 단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꺾어진 건물 모양 탓에 계단으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지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순간 움찔하며 멈추었다. 그러다 결정한 방향에서 복도를 꺾는 순간 틀렸음을 직감하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가기 일쑤였다.
방과 후 수업 2교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2학년 예슬이가 쑤욱 교실로 들어왔다. 아직 작은데도 뭔가 당당하달까.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눈이 어찌나 웃던지 나까지 미소를 띠게 해주는 아이였다.
예슬이를 자리에 앉히고 다시 출석부를 보는데 신청자 중 2학년이 3명이었다. 시작 시간이 다 돼 가는데 남자아이들 2명은 오질 않아 어디로 어떻게 찾으러 가야 하나 싶었다.
"예슬아, 너 준수랑 시우 알아? 같은 2학년인데.. 이 수업 신청했는데 아직 안 왔거든. 너랑 같이 마쳤을 텐데"
"준수는 저보다 먼저 교실에서 나갔는데요?!"
첫 시간이라 다른 수업과 헷갈린 건지 아니면 교실을 못 찾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냥 아이들을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급해서 예슬이 손 와 함께 친구들을 찾으러 돌봄 교실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도 아이들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준수와 시우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어느 순간 옆에 딱 붙어있던 예슬이도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들 3명을 다 잃어버렸다.
화장실에 급하게 갔나 싶어서 찾아보고, 옆 교실에 들어갔나 둘러봐도 예슬이가 안보였다. 2명 찾기도 막막한데 1명이 또 없어지다니ㅡ 어디가 어딘지 알 수도 없는 학교 안에서 멘붕이 왔다.
"선생님~둘 다 컴퓨터 수업 갔대요!!"
분홍색 점퍼를 입은 예슬이가 저기서 뛰어오며 이야기해 주었다. 4층 2학년 교실에 갔다 오는 길이라며,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알려줬다면서 말이다. 얼마나 서둘러 다녀왔는지 앞머리가 조금 젖은 느낌이었다.
"정말 고맙다 예슬아"
막막해하는 내가 안쓰러웠을까. 말도 없이 아이가 직접 나서서 이 어른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네가 친구들이 어딨는지 직접 가서 알아와 줘서 이 선생님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계속 설명해 주었다. 어디 있는지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네 덕분이라고 말이다.
둘이 손을 잡고 다시 방과 후교실로 가는 길,
"선생님은 학교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아직 길도 헷갈려. 너는 어쩜 이렇게 잘 찾아?!"
"저는 1년 다녔잖아요~2학년이면 이제 다 알아요"
맞지, 네가 나보다 이 학교 선배지.
이곳이 처음인 나는 이제 신입생이다. 우리 아들처럼 1학년 3월을 적응 중이다. 지나가는 누나, 형들 그리고 선생님에게 의지하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가진 선하고 바른 에너지를 첫날부터 듬뿍 받았다. 지나가며 꾸벅 인사하는 아이, 어느 과목 선생님인지 묻는 아이, 길 물어보면 알려주는 아이, 친구 찾기를 함께 해준 예슬이까지.
이 아이들 덕분에 1년이 기대된다. 잘 지내보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