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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26. 2021

생긴 대로 살기로 했다

멈추면 또 특별히 할 일도 없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까워"

나는 가만히 있는 걸 못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간 시간 동안에도 멍하니 앉아 쉬는 법이 없다. 그 소중한 시간을 어찌 그렇게 보낼 수가 있을까. 나를 위한 일이건 가족을 위한 일 등을 하면서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결혼 전에도 그랬다. 쉬는 날이면 늦잠도 자고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뒹굴거릴 수도 있는데, 나는 그걸 못했다. 아니 그 꼴을 못 견뎠다고 표현해야 맞겠다. 정말 뭐라도 해야 오히려 편했으니까. 몸이 신호를 보내 작정하고 쉬어야겠다 결심하는 날이 아니면 나는 늘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빈둥거린다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하루가 나에게 익숙하고 내 마음에도 든다.


문제는, 이렇게 움직이는 과정 끝에 오는 결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합격으로 연결이 되어야 맞다. 또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시간을 투자했다면 잘하게 되는 것이 맞다. 머리로는 그게 당연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노력했어도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많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것도 내것이 아닐 때가 있다. 저 사람은 나보다 노력도 덜하는데 왜 가졌고 나는 노력해도 되지않는지..그럴 때마다 나는 늘 '이게 뭔가'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결국 남았다. 한동안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말은 실패하고 넘어지는 사람을 위한 억지스러운 위로라고 생각했다. 노력과 결과가 왜 비례하지 않는지 나는 늘 의문이었다. 잘난 사람들 혹은 운이 좋은 사람은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많은 걸 이루고 살던데, 부지런히 살고 있는 나는 왜 항상 모자란 결과를 받게 되는지. 피해의식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나는 만족을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도 잘하는 건데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런 의문과 좌절, 고민, 무너짐이 있었다. 그러면 그 늪에 빠져 무기력해졌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고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자는 걸로 하루를 때웠다. 그렇게 며칠.. 짧으면 2일 길면 1주일.. 그 시간이 지나면 무기력함은 끝이 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부지런히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놓고 어느새 다시 촘촘한 일상을 살게 되는 나. 

무한하게 그런 시간을 반복하고서야 나는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냥 생긴 대로 이렇게 쭉 살겠다는 예상을 하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나는 여전히 부지런히 살고 있다. 지금도 역시 시간을 흘러 보내는 삶보다 채워나가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멈추면 또 특별히 할 게 없어





얼마 전 김미경 강사님의 유튜브 영상을 봤다. 자존감에 대한 영상이었다. 어떤 일에 열심히 몰두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하셨다고 한다. 근데 이걸 멈추면 또 특별히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했다는 김미경 강사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아서 나도 함께 웃었다. 

내가 자주 하는 말도 그것과 비슷하다.

"가만히 있으면 뭐해. 뭐라도 해야지"

이 생각은 예전과 지금 여전히 같다. 가만히 있는 걸 못하는 사람인 건 변함이 없다.


그런데 지금과 과거가 다른 점은, 과거에는 그런 시간을 통해 내가 얻을 좋은 결과가 더 중요했다. 돈을 더 잘 벌게 된다거나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었으면 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이나 칭찬을 받게 되는 것도 기대했었다.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결과도 해피. 그게 당연하고 공평, 공정한 거라고 여겼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을지 몰라도 그 시간 안에서 분명 내가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 내 성향상 가만히 있는 게 안돼서 뭐라도 한다는 것 또한 나의 행복을 택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냥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루를 움직이며 사는데, 결과가 그리 중요할까. 그러면서 행복감과 자존감이 채워지면 그 무엇이 더 필요할까.


속도보다 방향. 그 방향은 결과를 따지기보다 나를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 그 중심을 조금씩 잡아가는 중이다. 또 주변을 둘러보며 비교하고 무너지는 시간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부지런히 하루를 채워갈 것이다.

내가 생긴대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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