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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Oct 22. 2021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인 기업가 그게 되고 싶어요

유행처럼 번지는 단어 1인 기업가.

대체 그건 누가 할 수 있는 걸까?

혼자 일하면 1인 기업가인가? 프리랜서인가?

같은 건가?


기업이라 하면 수입이 많아야 하는 건가?

혼자 무언가 해서 돈을 많이 벌면 1인 기업가인가?






책 하나 출간한다고 대단한 뭐가 될 거라는 자신감도 없었고 그걸로 돈을 벌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책 하나 낸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그냥 원고 양을 채우기에 바빴다. 처음으로 내 이름이 걸린 책을 쓰는 일은 지진하고 힘에 부쳤다. 이게 대체 뭘까... 내가 이걸 왜 쓰고 있을까... 이 시간의 정체가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



책이 나오고 나니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들이 가는 그 길은 뭘까? 뭘 그리며 가는 걸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달려가는 걸까? 궁금하고 대단해 보였다. 책이 나온 후 한동안 나는 내 이름이 찍힌 이 책이 부담스러워 제대로 한 번 열어보지도 못한 채 책장에 꽂아두고 지나갈 때마다 슬쩍 쳐다만 보며 지냈다. 나와는 다른 그들이 사는 그 세상을 알고 싶었다. 말을 건넬 수는 없었지만, 찰싹 달라붙어 배우고 싶었다.



그저 글을 쓰는 게 좋아서 다른 사람들도 쓰게끔 도와주고 싶은 마음, 혼자는 외로워서 함께 쓰는 이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 그리고 이왕 시작한 거 무엇이라도 수익을 내고 내 일을 시작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까지... 많은 생각들이 모여 첫 모임을 열었고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걱정과 두려움이 오기에 거기에서 멈추면 나는 다시 그냥 엄마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만의 모임을 열면서 강의도 시작했다. 나 혼자 움직이는 건 한계가 있었고 사람을 더 많이 만나야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의.. 평생 남 앞에서 발표도 못하던 내가 강의라니. 다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냐 싶다가도 망신을 당할까 당황해서 준비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까 부정적인 그림자가 막 드리웠다. 

그때 멘토님이 해 준 한마디.

"강의를 계속하라는 게 아니에요. 해보지 않고 할 수 있다 없다를 단정 짓지 말고요. 

한 번 해보고 이건 내가 못하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아요"



나에게 기회를 주며 살겠다고, 정해진 선을 긋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책을 냈다. 38년의 시간 동안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나름의 출사표였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내가 보인다. 하지 않고 살았던 일은 그저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똑같이 여겼고 '해볼까?라는 생각 대신 '이건 아니야, 나는 못해'결론을 내려버렸다. 





'강의'라고 쓰며 '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읽었다. 정답은 어차피 없고, 나의 생각과 경험을 나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웠다. 내 이야기를 누가 들으러 올까 싶었지만, 그건 일단 도전하고 난 후의 이야기였다. 나의 결정은 하겠다, 그것까지. 그 후는 이미 던져진 주사위처럼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정리가 되었다.



결국 내 인생에 없던 단어였던 강의를 들였고, 내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던 벽에 조금씩 선을 긋고 있다. 강의를 하나씩 하면서 블로그에 기록하니 그걸 보고 또 연락이 오고 어느새 또 연결이 된다. 신기하면서도 어쩌면 정해진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움직이니까 쓰니까 누군가 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나의 상황이 그렇게 펼쳐지니 얼떨떨하다.



1회성 강의가 4회 차로 연결이 되고, 순간 내가 그 많은 시간을 채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수락을 했다. 채우면 되니까, 고민하면 되니까. 이 기회에 내가 가진 이야기들을 한 번 정리하면 되니까. 하지 않고 도망치지는 말자- 그 말만 되뇌며 말이다.



나는 아직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1인 기업가? 멋지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직 그건 아니다.

더 크고 싶지만 여전히 방법을 모르겠다.

명함도 회사 이름도 그 무엇도 없지만

그건 시간문제,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잘하고 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럽고 나아지지 않을 때마다...

주문처럼 이 말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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