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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Nov 04. 2021

요즘 너는 어떠니?

요즘 저는 책을 읽지 않아요

"요즘 너는 어떠니?"


글쓰기 모임의 글감으로 이 질문을 드릴 때마다 내 마음이 콕콕 쑤신다. 15개의 질문 중에 그저 하나일 뿐이지만, 그 무엇보다 와닿는 물음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종종 나에게 묻는다. 

요즘은 잘 살고 있냐고. 

마음이 편안하냐고.




이 질문을 지금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책을 읽지 않아요.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아니 글이 읽히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

아무튼 최근에 책을 집중해서 읽은 시간이 거의 없어요"





책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책을 만났고,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전쟁통에 시작한 일이라 습관은커녕 하루 건너 일주일 동안 책 한 줄 읽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것마저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끝까지 부여잡았던 것이 책이었다. 조금은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책,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구원과도 같았다. 몇 년 동안.



책을 매일 읽기 시작한 게 어느새 4년이 되었다. 이제 책을 읽는 건 그냥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가 되어 눈에 보이는 곳에 늘 책이 있고, 할 일을 끝내고 시간이 남으면 버릇처럼 책이나 읽자는 말이 나왔다. 정 시간이 나지 않으면 아이 둘이 알콩달콩 노는 틈에 조용히 책을 들고 금세 몰입을 했었다.



도서관에 가서도 평소에는 최소 5권 이상 10권도 빌려오는데.. 내 도서관 카드로 대여할 수 있는 권수가 넘쳐서 남편 것까지 써야 읽고 싶은 책을 다 빌려올 수 있었고 책을 두 손 가득 안고 오는 길에 웃음이 새어 나오던...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들을 하나하나 펴보며 내용이 궁금해서 앞장이라도 읽어보던 나였다.



그런데 어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서 빌려올 책들을 살펴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었다. 신간이 꽂혀있는 책장에 멍하니 서서 책 제목 들을 하나하나 읽어봐도 손이 가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다. 

'뭐지?? 평소와 다른 이 상황은 뭐지?'

생각해보니 최근에 나는 제대로 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달랑 한 권, 내 손에 쥐고 도서관을 나왔다. 너무 궁금하고 읽어 싶어 죽겠는 책이 아니었지만 한 권이라도 빌려야 할 것 같았다. 손에 아무것도 없이 도서관을 나오는 건 싫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왜 일상이 바뀌어버렸을까...



마음이 복잡하거나 우울해서는 아니다. 평소보다 더 의욕적이고 새로운 일도 시작했고 나름 즐기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생각할수록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책을 왜 읽지 않는지 기본적인 생각을 해보고 나니 조금 답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대체로 여유가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 그렇다면 둘 중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결론을 내어본다.



지금 나는 평소보다 많은 것에 관심 있을 가지고 있다.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를 정리해보니 5개가 나왔다. 큰 틀에서 5개이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생각한다면 훨씬 더 많은 계획이 담겨있다. 아직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결과를 도출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힌트를 얻기도 하고, 시작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시간은 한정적인데 하려는 일은 많고.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니 제대로 답이 나오는 것조차 없는 상황. 그러니 책을 읽을 틈이 나지 않았다. 책을 들고 가만히 앉아있을 한가함이 없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얽힌 상황들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나에 꽂히면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놓지 못하는 성격이 제대로 발동되고 있었다. 그 집중의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5개씩 떼로 움직이니 더 마음에 빈 곳이 없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문제점을 알았고 그 이유도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또 무얼까 정리를 해본다.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체하지 않게 천천히.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느긋한 속도를 유지하기 힘든 사람이라 '천천히 하나씩' 공식을 알면서도 실행하기 어렵다. 오늘은 지금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 우선순위를 정해보려 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부터 정리를 하고 그 틈에 꼭 책을 끼워놓겠다는 다짐. 다시 책을 읽는 시간을 되찾아오려는 노력을 하는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은 나의 일상을 지키는 좋은 습관, 그걸 사수하는 일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그 일이 바쁜 하루를 단단하게 지켜준다는 믿음.

그 시간이 나에게는 책을 읽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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