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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Dec 10. 2021

언제 행복을 느끼세요?

행복과 불행 사이, 그냥 그런 수억 개의 감정

언제 행복을 느끼세요?


행복.

이 단어를 듣고 어떤 이는 마음이 가득했던 순간을 떠올릴 것이고, 어떤 이는 그런 적이 있었나 오히려 불행을 떠올릴 수도 있다. 또 앞으로의 행복할 계획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도 있다.



나에게 행복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그냥 별일 없이 별 탈 없이 지내는 지금. 

오늘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나는 소소한 행복을 잘 찾는 사람이 부럽다. 부정적인 마인드 6 : 평정심 4. 이렇게 내재되어 살아온 나는 많은 부분에 행복을 느끼는 부류는 아니었다. 이래도 저래도 반응이 없어서 오히려 힘든 세상 살기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좋은 것도 좋다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때에 따라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달라졌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나도 그들처럼 많은 것에서 행복,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성격과 감정을 동경하기도 하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긍정적인 사람들이 궁금했다.




나와 그들의 차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걸 쓰면서 마음이 안정되었고 감사한 일이 많아졌다는 말을 듣고 나도 한 번 써볼까, 공책도 새로 마련했다. 조용한 시간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음.. 어떤 걸 감사하다고 써야 하지? 왜 나는 이걸 채우지 못하지? 

감사하자고 마련한 시간이 점점 불행에 가까워졌다. 행복과 불행 두 단어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던 내가 이걸 쓰겠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불행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시간은 나를 채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갉아먹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술술 쓸까... 나만 더 못나보였다. 감사함을 무조건 찾아야 하는 미션처럼 이런 사소한 것도 감사해야 할 만큼 고마운 일이 나에게 없나 싶은 그 마음까지 인정해야 했다. 차라리 이걸 쓰지 않는 게 그리고 감사한 일을 굳이 찾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틀 만에 나는 감사일기를 덮었다.




행복과 불행.

그 중간의 감정은 수억 개가 넘지 않을까.

행복 몇 %, 불행 %. 이렇게 감정을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단어로 정의하지 않는 두 단어 사이의 감정이 얼마나 많은데, 꼭 둘 중 하나의 감정만을 느껴야 할 것 같은지. 대놓고 행복을 찾자니 불행이 느껴졌다. 같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니, 나만 행복을 모르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 불안감이 온다. 집착하고 싶지 않은데 나도 행복감을 자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당시 무언가 굉장한 그리고 누가 봐도 축하받을 감사한 일. 그런 것을 찾고 있었다. 1년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일을 오늘 안에서 발견하려고 하니 하나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막혀버렸던 것이다. 뉴스를 보면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사고가 일어나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닥치치 않은 것도 감사할 일, 코로나 상황에서도 검사 한 번 받지 않고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 것도 그리고 아이들이 무사히 잘 크고 있는 것도.. 부모님이 건강하신 것까지 수많은 것이 감사한 일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놓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감사한 것들 투성이인데 이것들은 모두 당연한 것이지 고마워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요즘 나는 수시로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100% 충만한 행복감에서 절로 이 말이 나오기도 하고, 이만하면 행복한 거지 혼자만의 기준으로 단정 짓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한 하루가 되라고 식상하지만 그 안에 진짜를 담아 건넨다.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은 나와 세상에 감사함을 가진 사람.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런 공식 같은 정의는 더 부담스럽다.

돈을 잘 벌고 좋은 직업을 가진 이런 외적인 것과 관련 없이 마음이 높은 사람, 나에 대한 수용력이 좋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또한 좋은 사람. 모든 것이 '나'로 집중되어 있고 그것이 밖으로 퍼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행복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부류라고 생각한다.




행복을 잘 느끼시나요?

이만하면 행복하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진 것 같고 포기한 것 같고 현실과 타협한 것 같고 그저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 같을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오늘 안에서 어느 한 지점, 한 순간 행복을 느끼시면 좋겠어요.

그 찰나가 24시간 힘들었더라도 버티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오늘 하루도 행복을 선택하면서 살아가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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