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맘 Apr 03. 2022

훈육하다 어이없어 쓰는 시


그는 두 숟가락 겨우 받아먹고 장난감을 찾으러 간다.

 "자리에 앉아서 밥 다 먹고 놀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발자국 더 멀리 나아가 논다.


지금 시기에 훈육이 마땅한 때일까?

고민되기 시작한다.

아직 다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성가시게만 하는 게 아닐까.


오은영 박사님 플레이리스트가

머릿속에 촤르르 지나간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아이에게 소음이라 했다.


단호한 눈빛을 보내본다.

내 얼굴조차 보지 않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

깜빡이지 않으려 애쓰는 눈꺼풀만 민망해진다.


내 말이 어렵나?

단순하게 말해본다.

"앉아서  먹는 거야."


멈칫하는 기색도 없다.

급기야

소아과에서 본 귀지 가득한 귓구멍까지 떠오른다.


소리가 안 들리나?

살짝 말해본다.

"어우! 뒤에 무서워!"


0.1초 만에 엉덩이를 떼고

무섭지 않은 척 나에게 달려온다.

눈은 동그랗고

콧 평수는 커져있다.

 

역시.

훈육을 할 때가 되긴 했다.



작가의 이전글 별안간 밤에 쓰는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