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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대가리 Nov 06. 2017

엄마와 고등어

엄마는 일요일에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집에서 밥을 먹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모처럼 뭘 먹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카레가 먹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는 카레를 좋아한다. 특히 엄마가 해주는 카레는 분명 똑같은 재료를 써도 내가 만든 거보다 훨씬 맛있다. 밥 3 공기는 기본으로 먹는다.


오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바로 집에 오니 두시쯤 되었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았는데 어제 먹고 남은 카레가 있었다. 냄비째로 밥을 쓱쓱 비벼서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풍족한 기분으로 잠시 눕는다는 게 그만 낮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웬 큰바위 여사가 웃고 있었다. 잠결에 깜짝 놀라, 머리에 뭘 싸매고 있냐고 물었더니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20분 뒤에 풀러 오라길래 잠시 집에 들른 거였다. 그러면서 물었다.


“아들, 오늘은 어디 안나가지?”

“응. 수업이 취소됐어.”

“그래. 그럼 자고 있어. 엄마 머리하고 와서 저녁 해줄 테니까.”

“알겠어요."


주섬주섬 잠에서 깨었다. 아빠는 이미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계란을 푼 라면이었다. 곧이어 엄마가 돌아왔는데 고등어를 사 왔다. 내가 집밥을 먹을 때 카레만큼 좋아하는 게 고등어구이와 고등어조림이다. 그러면서, 머리 어떠냐고 물어봤다. 사실 내 눈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냥 짧은 머리에 파마가 조금 더 들어간 것 같다. 그래도 밥 먹는 내내 쭉 바라보며 말해줬다. “머리 예쁘다. 잘 어울려. 훨씬 어려 보이는데?” 빈말인걸 알면서도 엄마는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


1인분 조금 넘게 밥이 남아있어서 새로 하려고 하니, 그냥 라면 하나 끓여서 말아먹자고 한다. 내가 라면을 끓이는 사이 엄마는 고등어자반을 구웠다. 고등어에 오메가쓰리인지 뭔지가 많이 들었으니 많이 먹어야 한단다.     

다 먹고 나니 밥이 한 주걱 남았다. 내 눈에 네다섯 숟갈쯤 돼 보이는 밥을 보고 엄마는 늘 “한 숟갈밖에 안 남았네. 마저 먹어.” 하신다. 내가 너무 배부르다며 손사래를 치니까 버리기 아깝다며 라면 국물에 비벼서 다 드셨다. 엄마는 밥 먹는 속도가 무지하게 빨랐다.


“엄마, 천천히 좀 먹어. 삼키지도 않고 막 넘기냐?”

“일할 때 밥 먹는 시간을 10분 정도밖에 안주거든. 길어봐야 15분이야. 그 안에 점심을 먹어 치워 버릇하니까, 집에서도 빨리 먹게 되네.”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아빠를 대신해서 집안 생계를 유지한 것은 우리 엄마였다. 그 힘들다는 병원 조리사 일만 10년째 하고 있다. 덕분에 무릎, 허리, 팔, 다리, 밤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신음하고 계신다.



고등어가 3마리 남았다.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조림을 만들고 출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엄마를 두고, 혼자 청춘이니 꿈이니 뭐니 하며 취직을 미루고 있는 나는 영락없는 불효자다.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생각났다. 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에 처음 들은 노래였다. 아. 이 노래, 이렇게 슬픈 노래였구나. 11년 만에 다시 듣는 노래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많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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