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커시리: 마운틴 패트롤>
커커시리에 결말은 해피엔딩인듯 보인다. 르타이 대장의 장엄한 희생과 기자의 노력을 바탕으로 커커시리가 결국 중국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보장할수 있을까?
언론을 통해 접했던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에 대한 이미지를 제외하고선 티베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나의 지인 A는 스웨덴에서 나고자라 스웨덴 국적이지만 러시아인 어머니와 티베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략 1950년대 후반 소련 시절 모스크바의 대학에서 부모님은 만났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고 A는 청소년 시절 단 한번 아버지를 만났다고 했다. 이후 러시아인 어머니는 아프리카,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출신의 남편들과 결혼과 이혼을 하며 아들을 하나씩 두었고 아버지들 없이 어머니와 형제들만이 함께 스웨덴에서 자랐다. 현재 A는 방콕에서 10년간 거주했으며 막 일본으로 이주하였다. 그는 스스로를 무신론자와 비건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굉장히 외교적인 사람으로 언변이 좋고 무슬림계 이주민이 많은 스웨덴의 상황과 보통의 스웨덴 사람과 달랐던 자신의 외모와 가정환경 때문에 타문화에 대한 관심과 민감도가 높다. 처음 앙리를 알게되었을 때 너무나 궁금한게 많았다. 스웨덴의 길고 혹독한 겨울을 때문에 따뜻한 방콕을 좋아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데 커커시리의 영양과 눈보라를 보니 스웨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순록, 엘크과의 교통사고와 그로인해 정부에서 엘크 사냥을 허가했다는 앙리의 말이 떠올랐다. 또 영화에 나온 조장의 모습과 자연을 존중하는 인간의 모습이 왜 인간이 소의 젖을 뺏기 위해 동물들을 학대해야 하냐던 A를 떠올리게 했다.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A는 분명 아버지에게서 어떠한 영향도 받지 못했으므로 러시아계 어머니와 스웨덴을 생각해보았다.
러시아계 어머니가 티베트인 연인을 만났던 이유는 그들 사이에 가치에 대한 공감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양을 보호하려는 르타이 장군 무리가 생존을 위해 날 토끼고기를 먹는 장면에서 나는 얼마전에 보았던 시베리아 퉁구스족의 집곰의례에서 키우던 집곰을 잡아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퉁구스족들이 기쁨과 축제로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열과 통곡에서 마치 장례식처럼 엄숙하게 진행하는 것을 인상적으로 떠올렸다. 자연과 생태계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주종의 관계가 아닌 공생과 조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샤머니즘이라고 생각했다. 알타이족에게서만 샤머니즘이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스웨덴의 샤머니즘에 대해 찾아보았고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북부와 러시아 경계지방에 존재하는 랩족(사미 사람들)이 순록을 돌보며 생활하고 샤머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찾았다. 또한 그들은 모계사회를 이루며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가 특징이라고 한다. 역시 비건인 러시아계 어머니가 바로 이 랩족 출신이 아닌지 추측해본다. 러시아처럼 추운 겨울을 가진 스웨덴에 정착한 이유가 훌륭한 사회보장제도 때문만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티베트인인 A의 아버지가 첫번째 연인인 것은 우연이 아닐수도 있다. 비록 A는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정의하지만 동물과 환경을 존중하는 비건으로서의 그의 태도에 러시아인 어머니와 티베트인 아버지의 샤머니즘적 사고관과 가치를 담고있는 것은 아닐까? 무신론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신앙과 무속이 유지되고 있는것처럼.
우리나라와 비슷한점이 많다고 하는 시베리아 지역의 샤머니즘은 소비에트 정권의 종교탄압정책하여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중국도 티베트의 불교에 대해 여전히 탄압을 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가진 중국은 비록 경제적으로 개혁개방을 진행했어도 기존 사회주의 정부의 종교에 대한 정책과 이성과 과학, 진보와 발전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인다. 그러나 개혁개방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물질문화와 소비주의, 재정의되는 국제질서로 인해 중국의 인민들은 새로운 감정,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게 되기도 한다. 커커시리와 같은 자연환경을 무서운 속도로 자본주의에 편입되는 중국에서 지키기 위해서는 규제와 제약, 감시와 처벌이 아닌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에게 지금 필요한것은 비거니즘과 히피자본주의다. 비거니즘이란 동물석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 뿐아니라 가죽, 양모, 오리털, 실크 등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의류나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등 동물의 것을 취하지 않으면서 사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일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별 뿐 아니라 인간과 다른 종들 사이의 차별과 착취를 지양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히피 자본주의는 비거니즘에 공감하는 중국인들이 그들의 가치와 신념을 실천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 내부에서 비거니즘의 가치에 공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연행할수 있는 히피 자본주의적 기업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