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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ernalYoung Apr 24. 2023

곰팡이 아웃소싱

트레바리 "먼저 온 미래"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서평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진 건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시크릿 하우스>를 읽고서였다. 유통기한 지난 우유에서 일어나는 일, 침대위 집먼지 진드기의 일생을 생생히 묘사했기 때문이다. 몇년 전 화제가 되었던 넷플릭스의 "Fantastic Fungi" 이후 이 책의 영어제목인 "Entangled Life"를 보니 어느 생명체도 연결된 세계에서 독립적일수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본인 책에서 곰팡이를 길러 버섯을 수확하는 멀린 셜드레이크


저자는 실로시빈 버섯 섭취의 진화적 이점, 조류가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야만 물에서 육지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탐구한다. 그 중 균류의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환경 개선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곰팡이 솔루션이 기름 유출을 막고, 꿀벌의 군집 붕괴 장애를 방지하며, 지속 가능한 생분해성 가구부터 건물 전체에 이르기까지 건축 자재를 만드는 데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설명한다. 

England’s B-Lines network will give pollinating insects a boost

벌집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은 꿀벌이나 개미처럼 무리 지어 사는 군집에서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2022년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되었는데, 이 일이 ‘꿀벌집단 실종’, ‘꿀벌 실종 미스터리’ 등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영국은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인 꿀벌을 살리기 위해 야생화가 서식하거나 또는 서식 가능한 지역을 연결하는 꿀벌 친화적 통로 ‘B-라인’을 조성하기도 했다.


Fungi Perfecti 를 설립한 Paul Stamets 는 2018년 워싱턴 주립대와 발표한 공동연구(Extracts of Polypore Mushroom Mycelia Reduce Viruses in Honey Bees)에서 특정 곰팡이 추출물을 사용하여 꿀벌의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꿀벌이 버섯 균사체를 먹이로 삼는 것이 관찰되었고, 아마두(Fomes) 및 영지(Ganoderma) 곰팡이 추출물은 꿀벌 변형 날개 바이러스(DWV)와 시나이호수 바이러스(LSV)의 수치를 감소시켰다. 곰팡이 항바이러스제가 장기적으로 벌집의 붕괴를 줄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그는 꿀벌 버섯 모이통의 3D 프린팅 디자인을 공개했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곰팡이 관계를 맺지 않고는 손상된 지구의 삶에 적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알코올, 간장, 백신, 페니실린, 모든 탄산음료에 사용되는 구연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명은 곰팡이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외부에 미생물을 끌어들여 소화를 아웃소싱했다. 우리는 또다시 기후위기를 맞은 지구의 복원을 아웃소싱해야 할지 모르겠다. 담배꽁초만으로도 성장하는 느타리버섯에서 희망을 본다. 


https://www.cleanup.org.au/fungi-solutions


애플티비에서 시작한 시리즈 "Extrapolation(외삽)" 은 기후위기로 인간이 생존하기 어려워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인간을 이주하는 내용이다. 이때 황폐화된 지구를 묘사하는 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산불이었다. 스타트업 "코드오브네이처"는 산림재난지역에 사용하는 친환경 산림 복구 키트 ‘FRK-M(Forest Recovery Kit with Moss)’를 개발했다. ‘FRK-M’는 이끼의 포자(생식세포)를 배양한 포자배양액에 영양 공급액과 식물 호르몬액을 혼합한 화합물이다. 휴면상태로 보존해둔 뒤 재난 발생시 산림에 도포한다. 해당 기술은 산림이 사라진 토양의 사막화를 막고 생태계를 빠르게 복구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류는 인류가 야기한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동식물을 걱정하지만 역설적으로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모임 후기;

멀린 셜드레이크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런 책을 쓴 글도 놀랍지만, 게스트로 오신 곰박(곰팡이 박사) 홍승범 박사님에 따르면 정통 균학자는 아니라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또한 박사님은 최근 곰팡이 관련 연구로 대체육 관련 네덜란드 기업 Quorn을 소개해 주셨다.

https://www.greenqueen.com.hk/fungi-based-protein-gets-a-trade-group/


개인적으로는 Fungi Evangelist 라는 Paul Stamets와 작가 Merlin Sheldrake가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학계가 좁은가 싶다가도 (확실친 않지만) 비교적 정통 균학자로 보이는 Paul Stamets는 이러한 혁신적인 작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최근 화제인 Biofuel 역시 곰팡이를 통해 식물 분해를 하여 생산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앞으로 <마이크로스피어> <10퍼센트 휴먼> 같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는 10년도 전에 아버지가 얘기하던 대변치료가 현재 호주에서 상용화 되었다는 소식이 충격적이었다. 미생물의 세계는 놀라우면서도 인간세계로 스며드는 그 경계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

1.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67456

2. https://www.buglife.org.uk/news/englands-b-lines-network-will-give-pollinating-insects-a-boost/

3. https://newscenter.lbl.gov/2023/03/22/a-biofuel-breakthrough-courtesy-of-fungi/

4.https://nautil.us/the-fungal-evangelist-who-would-save-the-bees-237972/


5. 홍승범 박사님 브런치

https://brunch.co.kr/@seungbeomhong/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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