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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ernalYoung Feb 03. 2024

디아스포라의 망명과 고향(1)

Leila S. Chudori의 『집』 (Home)과 Linda Le의 『중상모략』 (Slander)를 중심으로


국문초록

 

본 논문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을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정의하고 망명 디아스포라의 경험과 고향의 의미에 대해 비교하였다. 비슷한 시기 같은 정착국으로 이주한 망명자들이 동일한 이주를 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모국 정권의 권력 형태와 전략에 따라 설정된 모국과 디아스포라의 정치적 관계가 디아스포라의 이주에 미친 영향을 밝힌다. 모국과의 관계 설정에 의해 디아스포라는 고향에 대한 상이한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이것은 귀환이주와 새로운 공간의 모색이라는 디아스포라 2세대의 결정에도 나타난다. 추방과 봉쇄라는 ‘국가 없음’의 상태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도 ‘국가 없음’의 상태 그리고 민족-국가와 디아스포라의 관계를 주목하게 만든다는 의의를 갖는다.


목차


1. 서론

1.1 연구주제

1.2 선행연구      

2. 작품 소개 및 역사적 배경에서의 차이      

3. 망명

3.1 『집』 (Home)의 망명 : 향수와 고향의 재현 

3.2 『중상모략』 (Slander)의 망명: 자유의 추구     

4. 고향

4.1 『집』 (Home)의 고향: 진정한 집과 귀환이주 

4.2 『중상모략』 (Slander)의 고향: 근친상간적인 고향과 제3의 공간 모색     

5. 결론     

6. 참고문헌


1.서론 

 1.1 연구주제 : 디아스포라 문학        

 탈식민, 재이주, 난민 지위, 늘어난 이민자 수 , 해외 이주자 포섭 노력 등 최근의 변화들을 파악할 때 디아스포라는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부터 새로운 이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난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생겨난 것은 베트남전쟁 때문이었다. 이러한 현대의 변화들 속에서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아프리카인의 경우로 한정되었던 디아스포라 개념을 일반적인 이산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면서 이민자, 난민, 이주노동자, 망명자나 소수민족 사회 같은 대상들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자고 촉구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고전적 디아스포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디아스포라의 핵심 용어는 추방, 망명, 소외 그리고 (불가능한) 귀환이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로 디아스포라의 의미가 확장되어 단순한 가해자/희생자의 도식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이주, 정착, 교섭, 연결, 정체성의 혼성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어 명사 diaspora는 동사 diaspeirein에서 유래했는데, diaspeirein은 ‘~를 넘어, ~를 지나'라는 뜻의 dia와 ‘흩뿌리다'를 의미하는 speirein의 합성어이다. 디아스포라 개념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디아스포라의 파생어인 형용사 ‘디아스포라적인’(diasporic)이 추방의 트라우마에서부터 정치적 동원이나 문화적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행위와 조건들을 묘사하는 말로 다양하게 쓰이는 것처럼 디아스포라가 ‘무엇인지' 보다는 어떤식으로 쓰이고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 내는지를 묻는 연구 경향이 나타났다. 디아스포라는 일반적인 이민보다는 비자발적인 이주 형태에 적용하기 더 유용하다. 또한 자발적 이민자들도 어떤 국가에 거주하는 이주자나 그 후손들이 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가며 관계망을 형성할 때 유용하다. 디아스포라는 관계망의 성격이 단선적이기보다는 다극적일때, 이주민들이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목적지로 향하며 위태로운 연결 고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려 할때 적절한 개념인 것이다. 

 이때 문학작품이야 말로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디아스포라는 위대한 예술, 음악, 문학작품을 탄생시키는 촉매제이다. 경계인이자 이방인이며 소수자의 삶을 형상화한 디아스포라의 문학작품은 민족-국가의 거시적인 구조가 개개인의 삶이라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state)에는 국가와 상태라는 이중적 의미가 있음에 주목한 버틀러를 참고할 수 있다.      

“국가/ 상태(state)라는 개념의 핵심에는 삶의 사법적 측면을 지칭하는 ‘국가’와 개인의 성격에 따른 면을 가리키는 ‘상태’의 긴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 긴장의 한 축에는 삶의 존재 방식, 즉 이러저러한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마음을 얘기하는 정신적 ‘상태’가 있고 또다른 한 축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누구와 만나 어디서 일하고 무엇을 말하는지를 규율하는 법과 군대의 복합체로서의 국가가 있습니다.” (버틀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대표적으로 동남아시아의 근현대사에서 각각 재이주와 난민의 발생을 겪은 국가들이다. 20세기에 동남아시아의 중국계 이민자들은 경제적으로 번영했지만,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토착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반중정서는 수하르토(Suharto)가 실각한 1998년에 폭동으로 터져나왔다. 1965년 쿠데타 실패 이후 계속된 공산주의자 색출로 수천명의 중국계 이주민들이 살해당하거나 집을 잃었다. 이후 권력을 잡은 수하르토 장군이 중국인들의 이주를 독려하고 정체성을 희석시키기는 했지만, 중국인 사업가들은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부와 권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의 격동기에 베트남을 떠난 3백만명 역시 거의 중국계 이주자, 화교였다. 전쟁이 끝나자 베트남 정부는 예전의 상업종사자들을 군에 징집하거나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게하고, 아니면 ‘재교육' 수용소에 보냈는데 화교들이 이 조치의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재이주한 중국계-인도네시아인들이나 난민 캠프, 미국으로 간 베트남의 보트피플은 환영받지 못하거나 신분적 한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작품 속의 인도네시아인들과 베트남인들을 난민이 아닌 망명자로서 규정하고자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난민(難民) 이란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하여 곤경에 빠진 백성" 혹은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망명(亡命)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몸을 옮김" 그리고 “=망명도주"라고 정의되어 있다. 1965년과 1998년의 인도네시아, 1977년의 베트남이라는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각각 실제의 인물과 작가 본인의 경험을 다루고 있는 두 작품 Leila S. Chudori의 『집』 (Home)과 Linda Le의 『중상모략』 (Slander)는 난민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받아 비자발적으로 모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망명자의 디아스포라 경험으로서 분석할 수 있다. 


1.2 선행연구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학작품을 다룬 선행연구로는 세 연구를 언급할 수 있다. 팜 알렌(Pam Allen)은 “망명을 상상하기(IMAGINING EXILE In Leila Chudori’s Novel PULANG and Laksmi Pamuntjak’s Novel AMBA)” 라는 글에서 『집』의 인도네시아어 원작인  『Pulang』과  락스미 파문작의 『Amba』를 비교한다. 그는 망명의 형태를 사건 후 기억, 망명의 장소, 집, 사랑, 배신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한다. 그가 이와 같은 기준점들을 둔 것은 두 저자가 공통으로 창작의도에서 밝혔듯이 망명이 일상생활에 미친 파급력을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살펴보기 위해서다. 두 작품이 1965년의 같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자는 해외로, 후자는 인도네시아 국내의 오지로 망명을 간다는 차이를 가진다. 그는 두 작품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일반인들에 대한 정치적 억압과 침묵의 영향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짧은 지면에 두 작품을 비교하여 망명 본연의 의미 보다는 영향에 초점이 맞춰줘 있는 부분이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아잉 탕 다오(Anh Thang Dao, 2012)는 “자유의 망명(Exile of Freedom: The Nation-State and Exile in Linda Lê's Slander)”이라는 글에서 린다레의 『중상모략』 (Slander)에 나타난 가족을 민족-국가로 치환하여 해석한다. 작가 린다레의 실제 망명의 여정을 추적한 후, 가족으로 은유 및 상상되는 민족-국가가 자행하는 폭력 속에서 망명의 의미가 극단적인 자유로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잉 탕 다오가 사용한 민족-국가의 비유로서의 가족의 개념은 작품 속의 망명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배경에 놓는다는 점에서 유용하나, 망명이 발생한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서 유리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테스 도(Tess Do. 2005)의 "근친상간에서 망명까지(From Incest to Exile: Linda Le and the Incestuous Vietnamese Immigrants.)"는 린다레의 작품들 속에 나온 근친상간의 의미를 베트남의 신화와 베트남어의 언어적 특징들을 통해 분석한다. 베트남의 맥락에서 근친상간은 두 개인의 사건을 넘어서 베트남인들의 사회적 결합이자 영적 결합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인다. 이 연구에서 테스도는 린다레의 초기작인 『중상모략』 (Slander)의 여성 화자 및 등장인물들은 아시아계인 것으로 나오지만 정확히 베트남이라고는 언급되지 않으며, 두 근친상간 관계인 커플이 린다레의 후기작에 나오는 근친상간 관계의 커플과 달리 부모의 권위와 도덕 체계를 거부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Leila S. Chudori의 『집』 (Home)과 Linda Le의 『중상모략』 (Slander)을 비교한 연구는 없었으며, 선행연구에서 언급한 세 연구는 공통적으로 망명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의 같은 국가를 정착국으로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내부적으로도 아버지-딸, 삼촌-조카 라는 디아스포라 내부 두 세대의 모습이 묘사된다. 모두 1세대는 남성주인공이고 2세대는 여성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두 작품을 디아스포라 개념으로 분석할때 서로 밀접한 세 측면인 이동(movement), 관계(connectivity), 귀환(return)에 기반해 이주를 효과적으로 조명할 수 있다. 망명뿐만 아니라 고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민족-국가가 영토 내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제1 소속기관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고향(home)’과 타향(away)’ 사이의  디아스포라가 복잡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세계에 대해 말할 수 있게 하는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은 균질적으로 보이는 망명의 여정과 망명자의 고향에 관해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디아스포라 개념이 이주 집단 간의 차이만이 아니라 그 집단 내부의 중요한 차이들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작품을 비교하되, 개별적 디아스포라의 맥락에서 상이하게 나타나는 망명과 고향의 의미를 살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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