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3

2023. 08. 19._제주 한 달 살기

by 오늘도 시작

동문시장 제라헌 제주향토음식점 동녘도서관


지나가지 않을 것 같던 5일이란 시간이 오늘로써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엄마와 이모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마지막 날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생각했지만, 시 여행 동안 비웠던 가방을 선물로 잔뜩 채워놓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제주공항 옆에 위치한 동문시장(제주 제주시 관덕로 14길 20)에서 쇼핑을 하고 공항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엄마에게 처음 제주 한 달 살기를 할 것이라며 고백했을 때가 생각났다. 셋째의 상태를 걱정하며 우려했던 엄마의 가시 돋친 말들. 결국 엄마가 우려했던 일(셋째가 경기를 해서 중환자실에 4박 5일 입원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퇴원한 다음 날 엄마를 포함한 외갓집 식구들이 놀러 왔기에 오늘의 시간도 맞이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엄마의 걱정과 우려 섞인 불만(?)은 계속되었지만 여행의 기쁨과 추억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속상한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눈 녹듯 사라지고, 아쉬움만 가득했다.

어떤 선물을 살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시장을 걸어 다니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로 한 것. 동문 시장을 세 번째 방문하는 길이어서인지 수월하게 운전하고, 도착하여 주차까지 할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여행지의 시장이라 그런지 장애인 차량 주차도 어렵지 않았고, 그만큼 이동도 쉬웠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휠체어를 타고 내려갈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조금 돌아서 가는 길이었지만 그 정도는 거뜬했다. 엄마와 이모, 아이들은 계단으로 내려갔고, 나와 유아차를 탄 셋째는 노약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문시장으로 들어섰다. 자, 이제 무엇을 사 볼까.

동문 시장에 가면 좁은 길을 따라 양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이들도 세 번째 방문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걸으며 쇼핑을 즐겼다. 첫 방문 때만 해도 한 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살만한 것들이 있는 곳을 향해 곧장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엄마와 이모는 아마 제주 특산물을 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예를 들어 오메기떡이나 감귤 같은 것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동문시장 중간쯤 위치한 제라헌(제주 제주시 동문로 4길 24)이라는 오메기떡집에 당도했다. 깔끔하게 포장된 오메기떡이 우리의 두 눈을 사로잡았다. 시식으로 내놓은 오메기떡을 먹으며 어른들은 그 맛에 흡족해하셨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오메기떡을 한 아름 사 들고서야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다음은 감귤. 손은 두 개뿐인지라 모두 들고 갈 수 없으니, 이모는 택배로 받기로 했다. 그렇게 복잡한 듯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우리는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시장만큼이나 공항은 북새통이었다. 물가가 치솟은 제주라지만, 코로나가 기승인 시국이라지만 여행을 유독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것이 대수랴.’ 마치 제주에 다 모여있는 기분이 들었다. 복잡한 공항을 뒤로하고 식당층으로 올라가 우리는 한식을 점심으로 택했다. 식당 이름은 제주향토음식점(제주 제주시 용담이동 공항로 2 제주국제공항 4F). 점심 때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고, 인원이 많고, 유아차까지 입장해야 했던 우리는 약간의 기다림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공항이라 회전율이 빨라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었다. 이모가 먼저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우리는 서둘러 식사를 주문했다. 메뉴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고등어구이와 어른들이 먹을 말고기 철판구이로 정했다. 막상 음식이 나오고 큰아이들에게 거부감이 있을까 우려했던 말고기 철판구이를 의외로 잘 먹어 되레 아쉬움이 남았던 점심 식사였다.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서둘러 출국장으로 향했다. 다음 여름 연휴를 기약하며 이모를 보내드렸다. 곧이어 엄마도 광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하였다. 공항을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놀라서 전화를 받았는데, 비행기가 연착되어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SRT도 예매해 놓은 상태라 한시가 다급했다. 비행기가 출발할 때 기차표를 취소해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취소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제주 공항을 빠져나왔다.(결국 기차표는 취소했다.)

어제 성산항에서 숙소를 향하던 길에 에어컨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챈 상황이었다. 다시 제대로 작동하는가 싶어 께름칙한 마음을 부여잡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주공항에서 동녘 도서관을 향하는 동안 또다시 같은 증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카센터를 가야 한다. 무슨 문제인지 알아야 먼 길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라 오후엔 문 닫는 카센터가 많을 테니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곳의 문 연 카센터로 무작정 향했다. 사장님이 잠시 보시더니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 주에 보자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이렇게 더운 날 차를 타고 하루 종일 이동할 수는 없었다. 일단 동녘도서관(제주 제주시 구좌읍 일주동로 3148)에 대여한 책을 반납하러 향했다. 먼 길이지만 반납 기일을 맞춰야 했기에 서둘러 움직였고, 우리는 작동이 됐다 되지 않았다 반복하는 에어컨에 기대어 겨우 책을 반납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한 가지 생각,

내일 당장 에어컨을 고칠 곳이 없는데 어쩌나.

(그렇게 우리는 소중한 24번째의 하루를 숙소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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