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5_1

2023. 08. 21._제주 한 달 살기

by 오늘도 시작

조천 카센터 김녕미로공원


어제는 일요일이기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차량 에어컨을 고쳐야 한다. 토요일 오후에 가까운 카센터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리 의사를 내비친 ‘조천 카센터(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와로 65)’로 찾아갔다. 이른 시간이었다. 오전 8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인 7시 50분, 잠자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숙소를 나섰다. 함덕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카센터였고,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조그마한 카센터였다. 사장님은 한참을 보시더니 결국 컴프(compressor)의 문제로 결론지어졌다. 컴프가 고장 난 것을 확인하기 이전에 에어컨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하나하나 꼬집어주셨다. 전기(퓨즈)의 문제도 아니고, 가스가 없어서도(유력한 추측 원인) 아니었다. 기계 자체의 결함이기에 손도 많이 갈뿐더러 돈도 많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바꿀 차량이었다. 컴프를 교체하는 데 45만 원이라는 돈을 쓰는 것이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남은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자명했다. “네 바꿔주세요.”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과 함께 컴프가 교체될 때까지 숙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사장님은 본인의 차를 끌고 갔다 오라며 흔쾌히 차키를 내주셨다.(친절한 사장님임에 틀림없다.) 대형 세단 차량이었는데 SUV 말고는 운전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살짝 겁이 났지만 천천히 운전하여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그 사이 에어컨을 고친 후엔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새로이 한 달 살기를 시작하는 설렘이 또 다시 찾아온 것만 같았다. “우리 어디 갈까?” 아이들에게 ‘김녕 미로 공원(제주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길 122)’을 제안했다. 다행히 큰 아이들에게 ‘미로’라는 단어가 제법 흥미를 주었던 모양이었다. 선뜻 가겠다고 하여 에어컨을 고치고 난 뒤 첫 행선지로 김녕 미로 공원을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카센터 사장님께서 월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오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당일이었는데 우리의 딱한 사정을 들으시고는 출발 전에 수리해 주신다며 급하게 오라고 하신 것이다. 차키를 건네며 말씀하셨다. “본래대로 주차해 놓고 가시면 돼요.”(이보다 친절한 사장님이 있을 수 있을까.) 사장님 차를 잘 주차해 놓고, 나는 잘 고쳐진(사진으로 확인받았다.) 차를 타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 겸 점심을 차려먹고, 12시가 되어서 김녕 미로 공원으로 출발하였다. 이렇게 더운 날에 야외라니. 그것도 한낮에! 용감하기도 하지.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 과감한 모험(?)을 강행했다. 도착하니 미로는 나무로 만들어진 덕분에 여기저기 물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더위로 인한 조치였을 수도 있을 테고, 나무에게 물을 주기 위한 방안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나 저래나 미로 속을 돌아다니기에 아주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미로 속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유아차를 끌고 다니기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닐만했다.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거라고들 했지만 미로를 모두 돌기도 전에 다시 입구로 나온 우리 가족이 있다.(더위를 먹어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그런 것쯤으로 해두고(?)싶다.;;) 더위로 인해서 셋째의 건강이 우려스러워 일단 큰아이들끼리 보내고 출발 입구 그늘진 곳에 유아차를 세웠다. 최대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손선풍기를 강하게 쐐주고, 물이 흩뿌려지는 곳에 붙어 앉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중간쯤 전망대 같은 곳에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제대로 미로를 관통하고 있노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나 여기까지 왔어. 금방 그곳으로 갈게.” ‘그래, 역시 딸들이 엄마보다 낫구나.’ 아이들도 더위에 너무 지친 나머지 정신없이 빠져나왔다.

미로만 경험하기엔 너무 아쉬워했을까. 한쪽에 발자전거 타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더위 탓인지 미로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발자전거 타는 곳에는 우리 가족 밖에 없었다. 아름드리 큰 나무가 가운데 있고, 나무를 중심으로 트랙을 만들어 달릴 수 있게 하였다. 처음 타보는 발자전거라 어색했었는데 몇 번 움직이다 보니 익숙해져 속도도 제법 날만큼 재미있게 탈 수 있었다. 큰 아이들만 타라고 권유했는데 첫째가 엄마랑 타기를 원해서 둘째에게 셋째를 맡겨놓고 첫째와 한 바퀴를 타고, 그다음엔 첫째에게 셋째를 맡겨놓고 둘째와 함께 또 신나게 한 바퀴를 탔다. 아이들은 재미있어 그 뒤로도 몇 번 더 탔는데, 역시나 더위 때문에 오래 탈 수는 없었다. 그쯤에서 마무리하며 다음 행선지도 이동하기로 했다.



다음 장소는 오로지 내가 가고 싶어 선택한 곳이다. ‘섭지코지’

과연 아이들도 좋아해 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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