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2_2

2023. 08. 18._제주 한 달 살기

by 오늘도 시작

우도 하우목동항 성산항


나는 작고 소소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속에 섬, 제주도가 늘 그리웠다. 제주도가 주는 품은 언제나 소담스럽고 다정했다. 어딜 가든 가늠할 수 있는 그곳. 물론 경이로움은 가늠할 수 없지만.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제주도이며, 우도라는 것이 평화로웠다. 우도에 있으면 있을수록 제주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은 순환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언제든 돌고 돌면 제자리인 곳이다. 그렇기에 섬이 좋다. 항상 그 자리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이유로 제주에 왔지만 우도에 와서 분명히 깨달았다. 어쩌면 세상 밖에 나오기 전, 엄마의 자궁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 내가, 섬이라는 품 안에서 비로소 진짜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을.

검멀레 해변을 따라 언덕 위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아래는 당나귀 몇 마리가 서 있었다. “어! 말이다. 당나귀도 있어.”라는 나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대꾸한다. “말 타보고 싶어.”,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말 한 번 타볼까.” 그렇게 나와 큰 아이들은 말과 당나귀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말을 타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꽤 비싼 비용 탓에 나는 당나귀 체험을 권유했다. “당나귀도 재미있을 거야. 우리 당나귀를 타볼까?” 널찍하고 평평한 언덕 위를 두 바퀴 돌아보는 코스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당나귀를 타겠다 하였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아이들은 타보기도 전에 이미 신이 나 있었다. 물론 겁도 났을 것이다. 둘째가 처음엔 쭈뼛거리더니 타지 않겠다고 했다가 용감하게 타는 언니의 모습을 보더니 다시 마음을 바꿔 타보겠다는 것이었다. 막상 타고 보니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되레 즐거움이 뚝뚝 묻어난 표정을 보니 너무나 재미났던 모양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경험을 한 우리는 더위에 지쳐 차를 타고 우도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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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언제나 짜릿하다. 우리가 머무는 동복리에서 세화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해변도로가 있다. 가끔 생각한다. ‘언제 또다시 이 해변도로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우도의 해변도로 역시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평소 숲 애호가인 나지만, 바다가 주는 자유로움 또한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 그러지 않고서 해변도로를 달리는 마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애틋할 수가.

시간은 흐르고 흘러 드디어 22일 차가 되었다. 까마득했던,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던 제주서의 마지막 시간이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제주 한 달 살이의 시작도 바다였다. 배를 타고 당도한 제주. 그렇게 바다는 언제나 내게 숲 보다도 더 가까이 있었다. 비자림 때문에 시작된 제주 한 달 살이지만 결국 나는 제주의 숲, 바다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고야 말았다.

차로 한참을 달리던 때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돌로 된 해변가가 나타났기 때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차에서 내려 곧장 달려갔다. 셋째가 있었기에 나는 멀리서 큰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맙소사! 돌 위의 물기 탓에 첫째가 크게 넘어지고 만 것이다. ‘아이고, 얼마나 아팠을고.’ 할머니들 앞이어서인지 유난히 어리광이 심했던 첫째. 잘 달래서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대로 제주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워 카페라도 들를까 싶었다. 출발할 항구는 ‘하우목동항(제주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인데 가는 길에 카페가 보이면 차를 세워 들어가 잠시 목을 축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관광지라고 하지만 셋째를 포함해 온 가족이 들어갈 만한 카페가 마땅치 않아 보였다. 더 늦어지면 1시간을 또 기다려야 하니 우리는 5시 배를 타고 성산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차 덕분에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더불어 엄마와 이모, 어른들을 모시고 제주의 멋진 경관을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여행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차 속이 더워진다. 너무 놀라 차량 에어컨을 보니 잘 돌아간다. 그러나 바람이 전혀 차갑지가 않다. 왜 그럴까. 다행히 조금 가다 보니 다시 시원해졌다. 너무 다행인 일이지만 께름칙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워낙 오래된 차라 제주도에 다녀오면 바꿀 생각이었는데, 제주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큰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저녁 먹거리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진짜 걱정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니겠지?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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