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6_2

2023. 08. 22._제주 한 달 살기

by 오늘도 시작

제주시 기적의 도서관 달떡볶이 구제주점


우리는 또 다른 도서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곳은 ‘제주시 기적의 도서관(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동광로 12길 19)’. 어린이 도서관이기도 한 제주시 기적의 도서관은 제주 한 달 살기를 계획할 때부터 눈여겨보던 여행지 중 하나였다. 한여름 동안 이루어지는 한 달 살이었기에 실내 여행지를 계획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탓에 비장애인이 주차하기엔 쉽지 않았지만 한쪽에 마련된 장애인주차장 덕분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이어 유아차를 내려 셋째를 태운 후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발을 벗고 입장할 수 있는 도서관이었고, 나는 유아차를 한쪽에 세워두고 셋째를 눕힐만한 곳을 찾아 나섰다. 입구 11시 방향으로 ‘수유실’이 있었고, 1시 방향으로 ‘물애기방’이라는 공간도 있었다. 먼저 수유실에서 기저귀를 교환하며 셋째를 보고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권했다. “너희들이 보고 싶은 책들이 있으면 마음껏 골라서 봐. 엄마는 너희들이 보는 동안 셋째를 보고 있을게.”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둘째가 만화책 위주로 도서를 골라 왔다. 빌려가고 싶다는 의견과 함께. 잠시 둘째에게 셋째를 맡겨두고 도서관 구경을 나섰다. 아주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로비와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사방에 다양한 방이 구성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숨은 책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우당 도서관을 제외한 한라도서관, 동녘도서관 역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방식의 도서관이라 휠체어를 타고 어린이 자료실을 이용하는 셋째와 같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꽤 불편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휠체어를 타고 도서관을 이용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물며 아직 걷지 못하는 영아도 있을 텐데.’ 앞서 우당 도서관에 첫 방문했을 때 보았던 장애인 독서대를 보며 감격받은 경험이 있었다. 영아를 위한 방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 섬세한 배려가 장애인들과 장애인을 돌보는 이들에게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함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는 도서관을 대대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인데, 신발을 벗고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휠체어나 유아차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제주 역시 많은 장애인들이 여행을 다니는 곳인 만큼 장애인 어린이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군데의 도서관을 다니면서 도서관에 대한 장애인의 배려가 어떠한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으로 골몰하고 있던 그때, 아이들은 총 19권의 책을 들고 와 빌려서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다. 한 사람당 5권씩 빌릴 수 있는 도서관 대여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여 아이들 각자 5권씩, 엄마인 나는 4권을 빌려 비로소 제주 기적의 도서관에서 나설 수 있었다. 그리 오랜 시간 머물 수 없었다. 셋째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빌린 책은 숙소에서 신나게 읽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녁으로 선택한 메뉴는 분식, 떡튀순(떡볶이, 튀김, 순대)였다. 가장 가까운 곳에 맛있는 분식점을 찾아보니 ‘달떡볶이(제주 제주시 동광로 5)’라는 곳이 있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셋째의 유아차를 놓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방금 유아차를 싣고 차를 타 이동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유아차를 내리고 셋째를 태워 밥을 먹으려니 진땀이 났다. 주차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길가에 세워두고 힘겹게 식당으로 들어섰다. 하루동안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제법 힘든 시간이었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 한 끼에 힘듦이 사르르 녹는 순간이었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복잡하고 힘겨운 일정 속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숙소로 안전하게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해 본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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