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6_1

2023. 08. 22._제주 한 달 살기

by 오늘도 시작

우당도서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더위야 이기면(?) 그만이지만 비가 내린다는 것은 실외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우산을 쓰고 다니면 되겠지만 유아차를 끌고 다니는 입장에서 비는 더위보다 쥐약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가 종종 오긴 했어도 하루 종일 오는 날은 많지 않아 특별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의 일정은 소화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우당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반납하기 위한 일정을 세워뒀는데, 아침에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비가 그친 뒤에 움직여야 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각, 7시 반쯤 셋째와 함께 눈을 떴다. 분유가 아닌 액상 영양식을 먹는 셋째는 젖병으로 수유를 한다. 빨대 수유가 어려운 탓인데, 아침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수유를 하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모유수유를 했던 큰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5살이 되도록 젖병 수유를 하고 있는 셋째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너무나 예쁜 내 아가. 세상엔 맛있는 게 참 많은데. 우유만 줘서 미안해.' 말은 통하지 않지만 밀착된 몸으로, 따사로운 눈빛으로 둘만의 사랑을 나눈다. 그렇게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하나 둘 깨는 사랑스러운 큰 아이들과 제주 숙소에 있다는 것이 무릇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하루였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조천 도서관(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일주동로 1189)’이다. 책세권(?)이 중요한 나에게 도서관의 위치는 머무는 곳에서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정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웬걸. 우리 가족이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에 대대적인 보수 작업으로 휴관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동녘도서관이 되어버렸고, 공공도서관 소속이 아닌 교육청 소속의 도서관인 관계로 공공도서관 소속 도서관이 많은 제주에서 어디든지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어 이용하기가 썩 편한 도서관은 아니었다.(거리도 가깝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이용한 도서관이 바로 우당도서관이었다.

카레라이스로 점심을 먹고, 준비를 하여 ‘우당도서관(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사라봉동길 30)’을 향해 출발하였다. 도착한 뒤, 유아차를 내리고 중앙현관 쪽으로 다가가는데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다. 최근에 방문했던 우당도서관의 활기는 온 데 간데없고 대체로 조용하다. 왜 그럴까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맙소사! 8월 21일, 어제부터 도서관 공사를 위해 장기 휴관에 들어간다는 문구가 문 앞에 떡 하니 붙어져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도대체 왜 도서관을 애용하고 싶은 나의 간절한 마음을 이토록 몰라(?) 주는 것일까. 왜 하필 우리가 여행하는 중에 공사들을 한단 말인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한쪽 공간에 마련된 대출반납기에 대출한 책을 하나하나 반납하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그다음 일정인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제주 제주시 삼성로 40)’으로 이동했다. 어제의 더위가 다소 충격적이었을까. 실내 위주로 돌아다니기로 마음먹고 고심해서 정한 행선지였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그저 바다에서 물놀이하며 노는 것이 제일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날씨의 여건과 더불어 경험을 한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기에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일단 출발했다. 우당 도서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세 도착할 수 있었고, 첫째는 그다음 일정을 듣고 반색을 표했다. “엄마, 여기 말고 다른 곳 가면 안돼?” “미안해. 너무 더워서 오늘은 실내 위주로 돌아다니려고 결정한 거니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들어가 보자.”

주차장에서 박물관까지 가는 길조차 더위에 숨도 못 쉴 지경인데 이런 날 실외로 다닌다면 어제와 같은 고생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에어컨 냉기로 가득한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첫째의 입은 여전히 뾰로통하다. 유아차를 밀며 걸어가는 나, 그리고 이것저것 궁금하여 묻는 둘째와 달리 다소 떨어진 발치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첫째를 보며 첫째에게 제주 한 달 살이는 다소 늦은 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제주의 곳곳을 맘껏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4학년이 된 지금 이 순간을 부정할 순 없었고, 함께 하고 싶지 않다던 첫째를 억지로 끌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제주 자연사와 민속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제주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국립제주박물관보다 첫째에게 적당히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렇게 다음 일정도 실내로 정해졌다.

과연 첫째가 좋아해 줄까.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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