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7_1

2023. 08. 23._제주 한 달 살기

by 오늘도 시작

제주는 비가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며 우중 시 변수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장마 기간을 피한 시기에 한 달 살이를 하게 되어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변수는 존재하기에 실내 여행지를 여러 군데 알아보았다. 제주에 머무는 26일 동안 스콜(열대 지방에서 대류에 의하여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 강풍, 천둥, 번개 따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_출처 : 표준국어대사전)을 제외하고 장마 같은 비가 내린 적은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오늘의 실내 일정은 ‘이중섭 미술관(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로 33)’. 출발하기도 전에 퍼붓는 비 때문에 제주 섬을 횡단하는 거리를 가야 하는 일정에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강행하기로 결심하였고, 서귀포 일정은 처음이라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자동차 와이퍼의 속도가 무색할 만큼 비가 내렸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여서 운전하는 동안 혹여 ‘사고가 나진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핸들에 두 손을 얹고, 꼿꼿이 허리를 세운 뒤 쉬지 않고 전방만을 주시했다. 가고 또 가다 보면 분명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테니 불안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우리의 목적지인 ‘이중섭 미술관’에 다다랐을 때 빗줄기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우리는 무사히 미술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아, 드디어 이중섭 미술관에 내가 왔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시작 전, ‘이중섭 미술관’에 꼭 가겠노라 다짐했었다. 아이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내가 너무도 가고 싶은 장소였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을 거센 빗 속을 헤치며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들어서자마자 이중섭 화가의 대표작인 <황소>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이들을 그림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시실에 들어가 이중섭 화가의 생전 작품을 감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중섭 화가의 마음이 그림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크기와 재질에 상관없이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야 만 이중섭 화가. 시대상을 대변하는 화가다웠다. 아내와 주고받았던 편지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삶의 서사를 가진 화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너무나 외로웠던 그의 일생) 이어 미술관 근처에 자리 잡은 이중섭 화가의 생가에도 들렀다. 생가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는데, 안타깝게 비가 와서인지 그림만큼의 감동을 느낄 순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기에 오래 머무를 수 없을뿐더러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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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오래 머물며 그림 한 점 한 점 천천히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상황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안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다음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340)’이다. 2년 전에 왔을 때 잠시 들렀던 곳인데, 오늘만큼은 여유롭게 먹고 즐기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비가 와서 야외 일정은 엄두도 낼 수 없었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시장 입구에 있는 분식 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셋째 수유도 할 시간이었기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셋째 수유를 마쳤다. 여행을 하면서 수유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식당에 들어가면 대체로 전자레인지는 준비가 되어있고, 우유를 데울 수 있으니 먹는 공간이 다소 불편할지라도 먹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늦은 점심에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이제는 소화도 시킬 겸 시장 구경에 나섰다. 다행인 것은 ‘동문 재래시장’보다 사람들 오가는 길이 넓고 한적해서 훨씬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많아 잡화점에 들어가 함께 구경하고 싶어 하는 첫째와 오랜 시간 동안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둘째 두 녀석의 의견 모두를 존중하여 첫째는 후딱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고 구경에 나섰고, 둘째와 나는 잡화점 앞에 앉아 여유롭게 후식 시간을 즐겼다. 그저 시장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어도 행복했다. 첫째를 기다리며 둘째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 다시는 오지 않을 이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또 만끽하고 싶었다. 이대로 돌아가긴 아쉬운데,

온 김에 그 좋다던 ‘쇠소깍(제주 서귀포시 쇠소깍로 104)’에 한 번 가볼까?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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