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8. 24_제주 한 달 살기
만사를 제치고 일단 카센터부터 찾아가야 했다. 다행히 어제의 날씨가 잊힐 만큼 화창한 날씨가 스물여덟 번째의 아침을 맞이해 주었다. 오전 7시 반, 느지막이 일어나 아이들이 깰 때까지 일기를 쓰고, 독서를 했다. 심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다 읽었다. 심윤경 작가를 알게 된 건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시작이었다. 인상 깊었던 작가의 섬세한 필체 덕분에 작가의 작품을 몇 권 더 챙겨보기도 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산문,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셋째 병원을 오가며 카페에서 혼자 낄낄낄 웃기도 하고, 울컥해서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여행 중 함께 하는 책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여행지의 추억과 하나가 되면서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자동차 직영 카센터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당장 오늘 예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제주 한 달 살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귀를 찌르는 듯이 반복되는 알람 소리를 버티며 여행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어디든 찾아가기로 했다. 첫 번째 여행지인 ‘수목원 테마파크(제주 제주시 은수길 69)’에 가는 길목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카센터를 찾았다. ‘오토오아시스 제주삼화점(제주 제주시 도련서길 5-3 5 -3)’. 사장님은 수리하는 동안 우리 가족을 2층으로 안내했다. 10여분쯤 흘렀을까. 사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일단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고, 키박스 문제라고 한다면 핸들을 다 드러내고 수리를 해야 해서 시간도 오래 걸릴 거고요.” “제가 제주 사람이 아니라서요. 수리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오늘 차를 쓰긴 해야는데...”“열어봤을 때 부품 문제라면 부품 주문해서 받고 수리하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예요. 또 열었다고 해서 고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아주 직영점에 맡기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직영점에서도 당장 고칠 수 없다고 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사장님은 고쳐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그냥 돌려보내셨다.(감사한 사장님ㅠㅠ) 우리는 그렇게 카센터를 나왔다. 남은 기간이 나흘이라지만 차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계획대로 ‘수목원 테마파트’에 가기로 했다. ‘수목원 테마파크’는 철저히 아이들을 위해서 계획된 여행지였다. 수목원이란 이름 때문에 숲과 관련된 장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라 수목원 옆에 있는 테마파크라서 그렇게 이름을 지은 듯했다. (수목원과 전혀 관련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아이스 뮤지엄, 3D 착시 아트, 5D 상영관, VR 1회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일반 요금으로 결제 후 입장했다. 가장 먼저 체험한 것은 ‘아이스 뮤지엄’, 얼음 썰매를 타는 곳이었다. ‘한여름에 찾아갔기에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입장하자마자 몇 걸음도 채 걷지 않아 추위에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큰 아이들도 걱정이지만 셋째가 더 걱정이었다.(감기에 걸리면 장 상태가 안 좋아지고, 결국 경기(경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단 전시된 얼음 조각들을 빠르게 구경하고, 셋째와 나는 밖으로 나왔다. 로비에서 기다리는 동안 큰 아이들은 얼음 썰매를 타기로 했다. 두세 번 탔을까. 나름 바람막이를 챙겨 입었던 아이들이지만 살얼음 추위 때문에 더 이상 타지 못하고 다음 체험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다음 체험은 VR. 큰 아이들 둘이 앉아 체험했는데 길지 앉은 시간 동안 단 1회라 아쉬움이 컸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곧바로 초콜릿 만들기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일반 요금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따로 결제하고 체험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초콜릿을 만든다고 하니 한껏 들뜬 큰 아이들. 체험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돈을 따로 내고서라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수유시간도 됐고, 큰 아이들이 체험하는 동안 수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우왕좌왕 돌아다니는데 둘째가 낯설고 어색한지 나를 찾는다. "엄마, 이리 와."“둘째야, 언니랑 하고 있어. 엄마 셋째 수유하면서 보고 있을게.” 하지만 둘째는 어제 혼난탓인지 자꾸 엄마를 찾는다. 셋째 수유도 해야 하고, 큰 아이들 체험도 봐줘야 하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