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작은 별에 살고 있다.
그 별의 이름은 누비별이다.
누비별에는 낮과 밤이 없다.
이곳에서 시간은 감정으로 흐른다.
사랑을 속삭일 때는
하늘이 분홍빛으로 밝게 물들고,
슬픔이 찾아오면
별빛은 푸른 물방울처럼 어두워진다.
그리움이 찾아오면
시간은 멈추고,
외로움이 찾아오면
시간은 그저 천천히 흐른다.
누비별 안에는 수많은 마음의 잔상이 실려 있다.
그건 아주 오래된 작별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아무도 듣지 못한 고백일 수도 있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건 언제나
마음의 떨림이였다.
나는 이 별의 정원사이다.
이름은 ‘ 짜부 ’
회색 털을 가진 스코티쉬 폴드
종족의 고양이다.
내 귀는 작고 동그랗게 접혀 있다.
누군가는 그걸 귀엽다고 말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귀는 우주 심장의 안테나이다.
나는 귀로
먼 곳에서 전해지는 마음을 듣는다.
사랑이 다가오면 귀는 간질거리고,
슬픔이 흐르면 귀는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마치 내 마음처럼 함께 느낀다.
그게 내가 타고난 운명이다.
내 눈은 은하수를 담고 있다.
눈으로 은하수의 모든 감정을 느낀다.
기억의 파편, 멀리 흘러간 사랑,
아무도 보지 못한 이별의 흔적까지
눈 속에 조용히 담겨 있다.
나는 혼자이지만
혼자인 적은 없다.
이 별과 감정들이
항상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귀가 유난히 깊게 파르르 떨린다.
그건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그리움과, 오래된 슬픔,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갈망이다.
나는 귀를 기울인다.
그 안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꽃 한 송이가 필요해.”
나는 되묻는다.
“응 ?무슨 꽃?”
“우주의 눈물로 피어난, 꽃 한 송이 .“
나는 마음이 답답하다.
작은 가슴이 점점 무거워진다.
숨을 쉬어도,
별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왜, 아무 말도 닿지 않을까.
나는 꽃을 피우고 싶은데—
방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성운 나무도 말이 없고,
하늘도 오늘은 너무 조용하다.
그리고,
나는 그냥 울어버린다.
말없이,
아무 의식 없이.
눈물 한 방울이
성운 흙 위로 또르륵 떨어진다.
작고 투명한 그 물방울이
마음을 툭 건드린다.
그때였다.
“…꽃이 피어났다!!”
“짜부야, 꽃이— 우주의 꽃 한 송이가 피었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뜬다.
내 발밑,
방금 내 눈물이 떨어졌던 바로 그 자리에
작은 빛이 흔들리고 있다.
그건,
작고도 환하고,
말이 없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빛이다.
나는 숨을 삼킨다.
그건 꽃이다.
내가 만든 것도,
누가 심어준 것도 아닌—
내 마음이,
그대로 꽃이 된 것이다.
“정말… 피었구나.”
나는 조용히 중얼인다.
너무 놀라고,
너무 기뻐서
조금 웃다가,
다시 울 것 같았다.
“고마워… 나, 이제 알겠어.”
꽃은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느낀다.
그 꽃이
내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는 걸.
이건 단순한 시작이 아니다.
이건 우주가 나에게
“괜찮아, 너의 마음이 닿았어”라고
속삭여주는 순간이다.
나는 이제 안다.
이 꽃은 우연이 아니라
내가 피운 마음의 기억이다.
그것이 지금,
이 별 위에
조용히 피어난 것이다.
성운 나무는 조용히 잎을 흔든다.
하늘은 숨을 멈추고 우리를 내려다본다.
나는 꽃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고마워.
잊고 있었지만,
마음은 알고 있었구나.”
나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꽃 옆에 조용히 누웠다.
별빛은 내 털 위에 살짝 내려앉고,
공기는 아주 부드럽게 흔들렸다.
누비별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