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을 분홍빛으로 맞이했다.
누비별의 하늘이 살짝 웃을 때면
성운 나무의 잎사귀도 덩달아 살랑거린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구나.”
나는 말하며
앞발로 털을 정리하고,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등에서 별빛 가루가 후두둑 떨어진다.
내 골골송이 살짝 켜진다.
누가 듣는 건 아니지만,
나한테 들려주는 인사 같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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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원사다.
누비별을 돌보고,
별빛 풀을 다듬고,
성운 나무의 기분을 살핀다.
나는 오늘도
은하수 꽃들의 얼굴을 하나씩 살핀다.
“너는 기쁘구나.
너는 아직도 졸려 보이네.
너는… 어, 잎이 살짝 떨려.
혹시 어제 꿈꿨어?”
꽃들은 대답하지 않지만
나는 안다.
이 별에서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니까.
⸻
가끔은
말 없는 성운 나무가 나에게
잎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말을 건넨다.
그럴 땐 나는 귀를 기울인다.
내 귀는 접혀 있지만,
그건 마음을 더 잘 듣기 위해서다.
작고 말 없는 떨림 하나도
내 귀는 놓치지 않는다.
오늘은 성운 나무가 잎을 두 장 떨어뜨렸다.
“아하.
조금 쓸쓸했구나.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나는 잎을 꼬리로 톡톡 쳐서 위로해준다.
⸻
시간이 흐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이 흐른다.
누비별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게 아니라
마음의 색이 하늘을 바꾼다.
기쁘면 분홍빛,
슬프면 푸른빛,
그리우면 은빛으로 번진다.
나는 그 색을 보며
오늘의 기분을 정리한다.
“오늘은… 분홍 70%, 파랑 10%,
은빛이 조금. 누가 그리운가 보다.”
나는 그렇게
하루의 감정을 쪼개어 정리하고
작은 병에 담아 마음속 서랍에 넣는다.
가끔은 나도 지친다.
혼자만의 우다다를 하다가
혼자 넘어지고,
혼자 웃고,
혼자 돌아온다.
그럴 땐
성운 샘물에 발을 담근다.
물은 말없이 내 발끝을 감싸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골골송이 작게 울린다.
그건 ‘괜찮아질 거야’라는 뜻이다.
나만 알아듣는 노래지만,
가끔은 별빛도 따라 부르는 것 같다.
⸻
그렇게
누비별의 하루는 흘러간다.
말은 적지만, 마음은 분주하다.
나는 혼자지만, 외롭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하다.
‘이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누군가가
언젠가 이 별로 올까?’
그런 날엔
하늘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작게 속삭인다.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