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고 싶은, 무거운 마지막 준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누워있는 1등급 아빠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의 보호자는 외동딸인 나. 그 누구도, 나에게 아빠의 임종에 대해 준비나 조언을 해 준 적이 없다.
임종에 대한 대처방법 등은 가족들의 문화와 배경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장례절차는 현실이다. 32살 외동딸이 책임지고 장례를 치를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빠의 장례 준비는 DNR 동의서에 사인했을 때부터 준비했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언젠가는 아빠를 저 강에 건너게 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에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빠의 위독하단 소식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지만, 외동딸인 내가 아빠를 보내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엄마에게 소식을 알리고, 아빠의 사망시각을 확인했다. AM12시 30분.
아빠가 계셨던 요양병원 지하에는 장례식장이 있었고, 엄마는 간편하게 요양병원 지하에 모시자고 했지만, 나는 왠지 마지막 가는 곳만이라도 좋은 곳에 모시고 싶었다. 엄마에게 우선은 알아본 후 결정하겠다 했지만, 장례식장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고, 알아보니 끝도 없다.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몇 달 전 가입한 상조가 있으니, 거기에 전화를 해보란다. 상조라는 것이 있었구나. 나에게 상조는 아빠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다 갖춘 제도였다. 엄마가 나보나 낫다는 생각을 하며, 상조에 전화를 한 후, 그렇게 장례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빠가 저 강을 건너던 그날, 그 시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의 말을 따라 요양병원 지하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한 후, 친지들에게 부고 소식을 알렸다. 아빠가 돌아가셨던 2016년 12월 15일은 한파주의보가 왔던 엄청나게 추운 날이었다. 나는 3일 동안 밖을 나가보진 못했지만, 조문객들의 옷에서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장례식 관리자분이 와서 장례비용에 대해 설명한 후, 사진에 대해서 묻는다.
사진은 준비하셨나요?
무슨 사진이요?
임종 사진이요?
그래, 장례를 하려면 아빠의 사진이 필요하구나. 왜 아빠를 언젠가는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서, 사진 하나 준비를 못했을까? 사진이 없다고 말을 하자, 장례식장에서는 사진을 준비해주겠다고 하며, 이전에 찍어 둔 증명사진이나 정면으로 잘 나온 사진이 있으면 들고 오란다. 엄마에게 말을 하니, 건강했던 아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오셨다. 급하게 사진을 준비하기 위한 전문가가 출장을 와서 액자에 아빠의 얼굴을 예쁘게 담아주었다. 사진 비용은 출장비와 함께 약 40만 원의 현금으로 지급했다. 미리 준비했다면 10만 원 안돈으로 가능했을 것을, 장례에 대해서는 몰랐던 나는 아빠의 임종 사진을 위해 비용을 냈다.
상조에서는 빠르게 장례식장으로 오셨고, 나와 간단하게 상담 후 장례를 전문가답게 처리하였다. 아빠는 국가유공자였기에, 호국원에 모실 것을 계획하고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임종 다음 날, 호국원에 아빠를 모시겠다고 신고를 하고 장례를 치르고 있는 중 호국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빠가 국가유공자라 대상이 되긴 하지만, 아버지의 신상정보에서 호국원에 모실 수 없는 정보가 있다는 통보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호국원에 갈 수 없다니. 엄마와 나는 황당한 나머지 그 이유에 대해 물으니, 아빠의 신상정보에서 엄마를 만나기 전, 폭력 문제로 전과 경력이 있어 안된다는 것이다.
엄마와 나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나의 아빠는 마지막까지, 나를 긴장시켰다. 다행히도 이의 신청을 하면 심의 위원회가 열릴 것이며, 그 절차 이후 통과가 되면 호국원에 모실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이의 신청을 하기로 한 후, 무사히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심의 위원회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로 종료되었고, 아버지를 호국원에 모실 수 있게 되었다. 날이 좋은 날은 남편과 나의 두 자녀들과 함께 아빠를 만나러 간다.
아빠를 저 강으로 보내는 길이 순조롭지 못하고 너무 무지한 딸이었던 거 같아, 그날이 아쉽고 괜히 죄송스럽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의 일들을 배우게 된다. 그중에 아픈 가족이 있다면,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배우는 것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례 상조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바로 가족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가짐과 준비과정을 간단한 책자나 영상으로 회원들에게 제공된다면, 외동딸인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