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영상으로 기록하다.
우리의 뇌는 기억하는 기능이 있다면 망각이란 기능도 있다. 망각은 개인의 장기 기억 속에 이미 저장되었던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망각하게 된다. 이러한 망각 증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기억과 망각은 늘 일어난다.
망각을 보상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게 된다. 메모, 알람, 사진 등 개인적인 환경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을 기억하기 위한 숙제라고 말하고 싶다. 몇십 년이 흘러, 혹시라도 아빠와의 추억을 부분 망각할까 봐 나는 브런치를 통해 아빠와의 간병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것 또한, 나에게는 기억하기 위한 숙제이다.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기록이란 수단으로 남겨두었지만, 아빠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 중 하지 못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영상이다. 우리는 그 순간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남긴다. 요즘은 개인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만으로도 전문 사진을 찍을 정도로 화질이 좋다.
아빠가 저 강을 건너고 난 후, 아빠를 추억하기 위해 찾아본 나의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아빠의 손자와 손녀의 사진으로만 가득했다. 아빠의 사진 열 개, 영상 한 개. 아빠의 손자와 손녀의 사진과 영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빠였는데, 아빠의 병든 모습과 늙어가는 모습이 찍기 싫었을까? 기억하기 싫어서였을까?
아빠의 영상과 사진이 없다는 것을 느낀 후, 나는 엄마와 시부모님의 영상을 종종 찍는다. 나의 자녀와 함께 나오는 사진과 영상이 대부분이지만, 엄마의 걸어가는 뒷모습부터, 욕하는 모습, 밥 먹는 모습 등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의 동영상을 켠다. 영상은 목소리와 소리가 있어 더 그날을 기억하기 좋다.
좀 더 빨리 아빠와 엄마의 영상을 찍지 못해 미안하다.
오늘도, 엄마를 만나면 엄마의 목소리가 나오는 영상을 찍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