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까지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

by 정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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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태도가 되지 말자!





그 말을 참 마음속 깊이 새기려고 노력한다.

회사에서 상사가 열받게 쓸데없는 걸로 시비 걸어도, 자기가 했던 말을 기억도 못 해도, 화를 내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할 일을 묵묵히 하자고 다독인다. 그래, 감정이 태도가 되지 말자. 그만큼 나는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라서 이 문장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거겠지? 애초에 그게 잘 되는 사람이면 내가 굳이 이 말을 붙잡고 살 이유가 없잖아.




짧게는 한 시간 단위로 널뛰는 내 기분을 보면서, 아니 사실은 내가 어떤 주기로 기분이 바뀌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하려고 애쓴다. 내가 나를 이해 못 하면, 누가 나를 이해해 주겠나 하는 마음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다 분석하자고.




예를 들면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내가 화낼 만한 일인가? 슬픔이 밀려올 땐, 이건 정말 슬플 만한 일인가? 심지어 기쁜 일이 있을 때조차, 이게 기뻐도 되는 일인가? 내가 진짜 기분 좋은 게 맞나? 하고 되묻는다. 이렇게 써보니 모든 감정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네. 아무튼 내 감정 상태에 대해 의심이 많다는 말이다.



내가 조울증이라는 걸 마주한 이후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 혹시 병 때문에 왜곡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생겼다. 이게 혹시 증상이진 않을까?






조증은 나를 너무 짜릿하게 한다.

내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화사하게 개운한 감정. 강한 사람이 된 기분? 그만큼 누군가를 상대하고 싶어지고, “쟤 지금 나 무시한 것 같은데 진짜 반 죽일까?ㅋㅋ” 하는 섬뜩한 망상도 마음껏 떠올린다. 그렇게 잔뜩 달콤하게 상승된 기분을 무너뜨려야 한다니까?

그래서 기분이 좋아도 정말 내가 좋아서 좋은 게 맞나?를 수없이 확인해봐야 한다.



울증은 나를 우물 안에 처박아둔다. 속에서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가, 그게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면 아, 이미 늦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다가 막을 수도 없이 터질 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좌절감과 패배감, 그리고 이미 망한 인생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한꺼번에 몰려온다.

역시나 기분이 울적할 때도 정말 내가 슬픈 게 맞는지도 수없이 확인한다.




그런데 또 이렇게 고민하다 보면, 내가 내 감정을 분석하고 검열하는 게 맞나?라는 자괴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자괴감이 다시 내 기분을 흔든다. 그렇게 시작된 건 결국 무한한 악순환.

결국엔 내 기분 하나도 내가 못 정하는 한심한 과정.




이쯤 되면 의문이다. 이게 조울증이랑 무슨 상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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