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조울증의 진짜 증상들

by 정헴
20250803_1825_Futuristic Hospital Corridor_remix_01k1qkvxgyexgsgcqzkf6mnam3.png 내가 느낀 조울증의 진짜 증상들






조울증.






다른 말로 양극성 장애.

말 그대로 양극의 감정, 즉 조증과 우울증이 오가는 병.

양극정 장애에도 1형이 있고 2형이 있다는데, 어떤 형인지 의사가 설명해 줬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가끔은 내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싶다가도, 또 한편으론 조울증 환자라는 증상 속에서만 갇혀 살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알아서 뭐 하나 싶어 외면하게 됐다.




나에게 조증과 우울증은 동시에 몰아쳤다. 단기간에.

동네 병원에서는 단순 우울증으로 판단했고, 우울증 약만 처방해 줬다. 그게 시작점이었다.

조울증 환자에게 우울증 약만 잘못 처방하면, 조증 증상이 확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그 약을 계기로 제대로 된 조울증을 경험했다.




조증은 말 그대로 기분이 엄청 좋은 상태다. 근데 단순히 '좋은 기분' 과는 거리가 멀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과대망상이 생긴다. 나는 진심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급기야, 최연소 여자 대통령이 되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 말을 들으면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하지 않나?’ 싶겠지만, 나에게는 상상이 아니었다. 진짜 여행 계획을 짜듯이 구체적이고 진지한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세우며 내 생각은 빠르게 전환됐다. 나조차 따라가지 못할 만큼 머릿속이 휙휙 돌아갔다. 당시엔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특별히 빠르고, 과하다고도 느끼지 못했다.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랬더라.




그리고 자신감에 엄청 취해있었다. 내 자신감만큼 공격성도 상당히 강했다.

나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에 강한 혐오를 느꼈고, 그 대상들이 나를 해할 거 같은 두려움에 실제로 맥가이버 칼을 들고 다녔다. 그 칼을 꺼내거나 누군가를 찌른 적은 없지만, 다시 생각해도... 미친 거 맞다. 진짜 미친 상태였다.




우울증은 다들 알다시피 끝없는 우울, 절망감이다.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고, 소중한 사람들조차 흐릿해졌다. 그냥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게 우울증이다.




그래서 결국 대학병원으로 이동해 검사를 받았다.

단순히 내 얘기만 듣고 진단하는 게 아니라 진짜 테스트를 했다.

어떤 테스트였는지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가장 기억나는 건 진짜 엄청 오래 걸렸다는 거다.

오후 2시쯤 시작해서 4시 반이었나.. 5시에 끝났던 거 같다.

인지검사, 지능검사 같은 것도 했고, 그림 검사도 했다. 집, 나무, 사람을 그리기도 했고 살아온 환경에 대해서 말해보라고도 했다. 살아온 환경이요? 딱히.. 엄청나게 나쁘거나 한건 아닌데 이 얘기를 남에게 꺼낼때마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 눈물을 흘리는 나 자신이 싫다. 가오상한다고 해야 하나. 다 털어놓고 나면 항상 "죄송합니다"라고 한다. 뭐가 죄송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테스트는 데칼코마니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

대칭된 그림을 보여주며 보이는 걸 말해보라고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뭘 보라는 건지 몰랐고 어떻게 말해야 될까 고민도 했었다. 괜히 장난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고민하는 척도 해봤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선생님은 당황한듯 싶었고, 아무튼 넘어갔다.




그리고 그게 내 뇌의 한 부분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으로 나왔다.

조울증의 진단 근거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진단을 받고 병동에 입원을 했다.

아빠는 남편에게 따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우리 집안에는 이런 병력이 없어, 유전적인 문제는 아니다. 걔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아빠한테 충격받을 것도 없다. 친히 남편에게 알려주어 대단히 감사할 뿐



딸이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데 그 와중에 사위를 살뜰히 챙기는 전화까지 해주는,

집안 이미지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시는, 나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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