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는 괜찮은데,
이 약은 왜 토할 것 같지?
저녁 11시,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울 시간.
나는 이 시간이 오면 슬슬 긴장하기 시작한다.
잠들기 전 서랍장 속에서 약봉투를 하나 '두둑' 뜯어내고,
손바닥 위에 와르르 쏟아지는 9알의 약을 본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약들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약을 한 번에 털어 넣은 뒤
물을 꿀꺽. 묵구멍으로 알알이 넘어가는 알약들이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아까 느꼈던 울렁거림이 무색하게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
쩝쩝,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입맛을 다시니 다시
속이 울렁울렁 뒤틀리는 기분을 느낀다.
" 아, 왜 이렇게 토할 것 같지? "
혼자 중얼거리면서 침대에 누웠다.
옆에 있던 남편이 괜찮냐며 물으며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그냥 자기야, 영양제라고 생각하고 먹어 "
그냥 알겠다고 대답하곤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사실 나는 영양제도 꽤 넉넉하게 챙겨 먹는 편이다.
출근하기 전 비타민 하나, 유산균 하나 등등
모으다 보면 저녁에 먹는 알약 개수만큼 먹는 것 같다.
하지만 영양제를 먹을 때는 이 이상한 기분이나 입덧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물론 아직 입덧을 경험해보지는 않았다.)
아침에 먹는 영양제는 아무 생각 없이 꿀꺽 잘 삼킨다.
내가 평생 먹을 이 조울증 약을 영양제라고 생각하고 먹을 수 있을까?
내 몸이 영양제랑 조울증 약을 귀신같이 구분하는 것만 같다.
매일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약을 먹는데,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 다가올 때쯤부터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웩'
실제로 토를 하진 않지만,
입에서 소리라도 내뱉어야 그나마 괜찮아지는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서 약을 떠올리기라도 하면 웩, 참을 수가 없다.
아직 임신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입덧을 한다면 보통 이런 식으로 하려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웩, 나 진짜 약 못 먹겠어. 오늘만 건너뛰면 안 될까? "
안될걸 뻔히 알면서 괜히 남편한테 물어본다.
남편은 또 말했다.
" 자기야, 영양제 ~"
참나, 자기는 영양제 한 알 먹지도 않으면서
나보고 매일 영양제라고 생각하고 먹으래?
어이가 없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그냥 참고 먹었다.
이게 부작용 증상이지 않을까 싶어
한 달 반을 기다려 교수님을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만약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약 개수를 좀 줄여주거나,
아니면 구역질이 나지 않는 약으로 바꿔서 처방해 주려나? 싶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교수님은 나의 이 간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 그냥 평생 먹는 영양제라고 생각하고 드세요.
왜 요즘은 건강들 생각해서 엄청 많이 챙겨 먹는 사람들 있잖아요.
기분 좋게 드세요 "
어쩜 남편이랑 똑같이 말씀하실까.
그냥 허탈하게 알겠다고 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이게 심리적인 요인인가? 며칠을 고민했다.
헛구역질은 보통 내 몸이 보내는 거부반응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아직도 이 약을 거부하고 있구나.
근데 거부한다고 달라질 게 있나?
진짜 나랑 평생 함께해야 하는 약인데.
기분 좋게 먹으려고 해도 도무지 도와주질 않는다.
알긴 안다. 그냥 내가 한번 시원하게 웩 ~
소리 내고 먹으면 가볍게 지나갈 문제니까.
그냥 매일 밤 헛구역질하는 사람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