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을 하고 있다.
정신건강에는 꾸준한 운동이 좋다길래.
운동을 마치고 난 나의 모습을 보면 건강해진 것 같고 뭔가 해낸 기분이 들어서 기쁘기 때문에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래 나는 이렇게 별거 아닌걸로도 행복해할 때도 있으니
나에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우울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혹여나 나에게 깊은 우울이 오더라도 그걸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며 다짐했다.
나는 우울한 감정도 잘 활용해보고 싶었다.
조울증을 앓는 나에게 우울은 단순히 극복해야 한다기보단 같이 동행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슬픔을 브런치에 연재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내게 좋은 글감이자 의미 있는 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나의 우울을 나의 도구로 삼는다면 나는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있을 것만 같았다.
기뻤다.
드디어 내가 점차 나아지는구나. 역시 운동을 하니까 정신도 마음도 건강해지게 되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었구나! 우울을 더 이상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니. 우울을 글 쓰는 원동력으로 쓸 수 있다니!
이 감정을 글로 쏟아내고 나면 뿌연 마음이 한층 걷히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행복한 나를 질투라도 하듯, 내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다.
"너 왜 지금 행복하니? 너 사실 불행하고 우울하잖아"
그렇고 속삭이는 마음에 나는 걷다가 멈칫, 지레 겁을 먹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순간 피어올랐던 나의 작은 행복을 없애려는 듯 속삭였다.
"넌 사실 그 우울 때문에 정말 힘들고 슬픈데?"
잊지 말라는 듯이 나를 흠칫하게 만든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잠깐이라도 행복했던 내가 진짜인 건지 아니면 지금처럼 칙칙한 내가 진짜인지 혼란스러웠다.
아침 출근길 어김없이 전철 많은 인파 속에 몸을 얹었다.
점점 조여 오는 마음과 가파지는 숨 속에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 정거장 남았지? 파악하면서 버텨야 한다 별거 아니다 되뇌어 봐도 난 숨 쉴 수 없을 거 같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먹먹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가 한계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내렸다.
이대로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 무력감속에서 얼마 전 행복했던 내가 떠올랐다.
이런 감정마저 내가 소재로 삼을 수 있을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이 고통을 어떻게 소재로 삼을 수 있을까? 우울을 활용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이런 것도 받아들일 자신은 없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 의미 없다는 생각에 오늘 이 글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나의 조울을 마주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연재한다는 자체가 나의 조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난 그저 솔직하게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을 뿐인데 자꾸만 그 감정을 활용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고 있다.
난 이렇게 글로 남기며 성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더 꽉 끌어안고 있는 나를 보면서 무어라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