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사람이 많은 병원에 들어서면 항상 나는 이 병원 냄새
아프지 말아야 돼 ~라고 생각하면서도
난 오늘 아파서 방문한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외래 진료 날은
내게 일종의 대학교 강의 느낌?
가야만 하는 것을 안 가면 엄청난 후폭풍을 안겨주는 그런 느낌
주렁주렁 링거줄을 매달고 아픈 사람들 사이에서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나를 보면서
'그래 어쩌면 난 안 아픈 걸 지도 몰라' 하면서 대기시간을 보낸다.
교수님과 만나기 위해서 때로는
한 시간 넘게 기다릴 때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화는 짧고 핵심만 간단하게 한다.
"어떻게 지넀어요?"
" 그냥 뭐.. 가끔 우울할 때도 있어요"
" 약은 잘 먹고 있죠? 잠은 얼마나 자요?"
"약은 간간히 먹을 때도 있고.. 잠은 많이 자려고 노력해요 "
"약 잘 챙겨 먹기로 하고 다음 진료 때 봐요~"
짧은 질문들이 오가고 딱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생각도,
시간도 없는 대답으로 나의 지난 몇 주가 정리된다.
이전에는 하고 싶은 말을 잔뜩 적어갔지만
뭔가 솔직하게 말할수록 늘어나는 나의 약과
울렁이는 감정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자제하게 된 그런 것도 있다.
진료실의 문을 닫고 나올 때마다 나는 항상 남편과 같이 오지만
혼자 외롭게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느낌을 받는다.
분명 모두 나의 치료를 돕고 있지만 이 묘한 감정은 오
롯이 나 혼자 짊어져야 할 몫이니까.
취미로 블로그를 쓰고있다.
무언가 항상 검색을 해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또 다른 나를 위해서 외래 진료나 입원치료에 관한 내용을 적어두곤 했다.
외래 진료 내용을 적어두면서 내가 먹는 약 정리도 해보고
증상도 적어보고 한다. 혹시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런데 내가 블로그에 진료 후기를 적어두니
댓글창에는 이름 모를 이들의 응원이 때때로 달릴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저 비용이 얼마드냐 같은 일반적인 댓글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받아본 응원 댓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갈수록
모르는 사람이 남겨준 댓글의 깊이는 생각보다 깊었다.
" 저도 같은 교수님께 진료받고 있어요.
삭막한 대기실에서 오며 가며 마주친 적이 있겠지요.
아프지 말고 서로 이겨내 봐요"
원래 이런 글 몇 자로 감동받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상황이 날 이렇게 만든 걸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 적어준 응원이 진심 같아서였을까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고백에
마치 내가 느끼는 고통이 착각이 아닌 진짜라는 것을
증명해 준 것처럼 순간 짜르르 눈물이 맺혔다.
친구나 가족들은 언제나 나를 걱정하고 응원해 준다.
그들의 위로 역시 소중하지만
그 위로에는 늘 너를 이해하고 싶지만 다 이해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져 미묘한 거리감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 편안하게 생각해, 괜찮아질 거야"
같은 말들은 때로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상대방은 나를 진심으로 위해서 해주는 말인데
나는 이걸 거리감으로 치우치는 게 맞는 걸까
그냥 나를 다 이해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그냥 혼자 두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나는 대기실에서 오며 가며 봤을 거라는
얘기만 들어도 나에게는 큰 공감으로 다가왔다.
브런치 연재는 나에게 내 병을 기록하는 일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조울증 환우들을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이기도 하다.
내가 그들에게 느꼈던 작은 기쁨처럼
내가 글을 쓸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처럼 힘들어하는
수많은 이들이 같이 읽으며 크고 작은 위로와 공감을 얻었으면 싶다.
인터넷 속 누군가가 나를 응원한다는, 응원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에 기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