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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Apr 22. 2021

영화 <열외> 리뷰

모른 척 지나쳤던 우리의 군생활

영화 <열외> 포스터 (사진제공=퍼니콘)


<범죄와의 전쟁>과 <공작>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를 꿰뚫는 예리한 시선을 보여준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로 데뷔하였다. 아직도 세간에 회자되는 문제작 <용서받지 못한 자>는 우리나라 군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폭력의 내면화를 고발하는 수작이다. 영화 <열외>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묘사된 2005년의 군대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군대는 어떻게 다른지, 폐쇄적인 계급사회인 군대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단편영화다.



전역 전 말년휴가를 앞둔 병장 효원(김남규)은 소위 ‘폐급 병사’ 일병 동관(최성윤)과 마지막 야간 근무를 서게 되었다.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임을 ‘찌른’ 동관은 부대 내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대상이다. 그러던 중 일일 분대 결산이 끝나고 담배를 피러 나온 효원은 상병 윤석(지웅배)으로부터 동관에 대한 수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 사병으로 분류된 일병 동관을 통해 극의 긴장감이 부여된다. 전역을 앞둔 사람들은 무사 전역을 위해 굴러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전역을 앞둔 효원에게 동관의 존재가 너무나 신경 쓰인다. 혹시 사고라도 칠까봐 불안해하는 효원의 입장에 관객들도 덩달아 긴장하며 상황을 지켜보게 한다. 흥미로운 상황 설정과 이야기를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방식 덕분에 시종 영화적 재미를 잃지 않는다.



군대의 부조리를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도 영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군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하는 말. “어차피 2년 뒤에 나갈 건데.” 그래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적당히 적응하고 ‘짬’이 차면 혜택을 누리다가 전역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모두의 방관 속에 군생활의 악습은 대물림되고 결국 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개선되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영화는 요즘의 군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메시지를 위해 작위적인 연출을 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비워진 텍스트의 여백을 각자의 생각으로 채워넣게끔 하였다. 저마다 갖고 있는 군생활이 다른만큼 영화에 대한 감상도 다를 것이다.



영화 속에는 군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디테일한 설정이 담겨있다. 특히 부대 내 병사들은 어느 부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조합이다. 더러운 성격을 가졌지만 전역을 앞두고 순해지는 말년병장, 부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만 특유의 간사함 때문에 신뢰가 안가는 상병, 그리고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 사병’으로 분류되는 일병까지. 영화 속 생생한 인물들을 각자의 군생활 속 선후임과 대입해본다면 몰입감이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실제 군 부대를 방불케 하는 생활관은 모두 영화 촬영을 위해 제작된 세트다. 한 달 동안 침상을 직접 만들고 관물대를 설치하는 노력 끝에 생활관의 공기까지 재현한 듯한 세트가 만들어졌다. 그밖에 보급품과 피복을 따로 구매하고 안전한 모형 총기를 제작하는 등 세세한 소품까지 디테일을 챙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열외 어도비 스파크 페이지(https://spark.adobe.com/page/M3xYxbow9liYI/)캡처


영화 <열외>는 텀블벅 후원 방식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는 색다른 시도를 통해 탄생되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msbl_official)을 통해 작품의 진행 상황을 알리고 텀블벅 후원을 진행한 결과 총 64명의 후원자로부터 약 300만원의 제작비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어도비 스파크 페이지를 개설하여 자세한 후원비 사용 내역과 영화 제작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였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일이 흔해진 시대에 영화 제작에서도 좋은 선례가 되어준 것이다.


저마다의 군생활 속에서 말하지 못하고 품어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때의 기억과 만나고 안녕을 고하는 것은 어떨까. 젊은 제작진의 참신한 시도를 통해 지금의 군대를 가감없이 다룬 수작, 영화 <열외>였다.


*해당 글은 독립ㆍ단편영화 배급사 '퍼니콘'이 운영하는 인디매거진 '숏버스'에 게시된 홍보용 리뷰입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321981&memberNo=16396899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322112&memberNo=1639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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