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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Apr 08. 2021

영화 <모래의 소리> 리뷰

반짝이는 위로를 전하는 뮤지컬 영화

<모래의 소리> 메인포스터


“모래는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바다와 만나 비로소 철썩철썩 소리를 낸다.”


살면서 지치고 힘이 드는 순간, 갑자기 훌쩍 바다를 보러 떠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영화 모래의 소리는 그런 우리들에게 반짝이는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모래의 소리는 2019년 도시영화제 [극-노래] 섹션의 상영작으로 이다민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이다. 꾸준히 뮤지컬 영화를 만들며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가꿔온 감독의 역량이 이번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출연한 배우들 역시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주연을 맡은 곽다인 배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뮤지컬배우이며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전설의 리틀 농구단’으로 신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김찬종 배우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작품 ‘광주’, 셜록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이야기를 그린 ‘마지막 사건’ 등 굵직굵직한 창작 뮤지컬에 출연하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윤태(곽다인)는 삼수생이다. 답답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책은 소설 ‘모래의 소리(영화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책이다)’. 윤태는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한다. 그러나 윤태의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는 것보다 일단 대학을 가자’고 권유한다.



한편 윤태가 아끼는 모래의 소리의 작가 지한(김찬종)은 더 이상 이야기가 써지지 않아 괴로워한다. 하고 싶었던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에 행복하다고 되뇌지만 쓰고 싶지 않을 때에도 글을 써야 하는 작가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역시 출판사 직원으로부터  ‘기다리는 팬들이 많으니 모래의 소리 속편을 내달라, 완결된 작품은 얼마든지 번복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상반된 처지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두 인물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모래의 소리는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띤 작품이다. 흔하게 만나는 형식은 아니지만 ‘레 미제라블’, ‘위대한 쇼맨’ 등 훌륭한 뮤지컬 영화들 덕분에 관객들에게 친숙한 형식이 되었다. 그리고 모래의 소리는 뮤지컬 영화를 연출해 온 감독과 뮤지컬 배우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장르의 매력이 넘친다. 배우들은 답답하고 불안한 인물의 마음을 섬세한 연기를 통해 표현하는 동시에 뛰어난 가창력으로 보고 듣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깔끔한 음향 덕분에 보는 이로 하여금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다른 포인트는 영화의 장소 미장센이다. 극의 초중반에 보이는 곳은 지하철, 아파트 등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다. 이는 인물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후에 두 인물이 만나는 바다는 탁 트인 풍경과 잔잔한 파도소리로 앞선 장소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노래하는 삼척해수욕장의 모래 위는 어떤 인위적인 장치 없이도 아름다운 무대가 된다.



영화가 마무리되면서 윤태는 지한에게 책을 써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지한은 그런 윤태를 통해 자신이 왜 작가가 되기로 했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나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는 글을 쓸 거야’라는 노랫말을 외친다. 훌륭한 예술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받았고, 이를 자신의 창작물을 통해 다시금 전해주려는 감독의 다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야 할지 조급한 마음이 들 때 잠시 멈춰보는 것도 좋다. 흔히 인생은 속력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가. 윤태와 지한은 잠시멈춤을 통해 안정을 얻고 방향을 되찾았다. ‘모래의 소리’가 관객들에게 소중한 잠시멈춤이 되기를 바란다.


*해당 글은 독립ㆍ단편영화 배급사 '퍼니콘'이 운영하는 인디매거진 '숏버스'에 게시된 홍보용 리뷰입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170485&memberNo=1639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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