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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Mar 25. 2021

영화 <가인> 리뷰

메시지와 재미를 다 갖춘 영리한 스릴러

모두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 다양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 드러내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에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채널도 많아서 그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 BJ(Broadcasting Jockey)의 방송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BJ가 출연하고 시청자들이 현금성 아이템(일명 별풍선’) 후원하면 보답 차원에서 더 자극적인 노출과 성적인 행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 <가인> 메인포스터 (사진제공=퍼니콘)


남자친구의 강압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여성에게 방송 사고가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가인>은 여성 BJ가 마주하는 폭력을 고발하는 동시에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송수린 감독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단편영화 ‘미아’를 통해 2018년 제8회 충무로 단편영화제 본선에 진출하였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건에 주목하는 특별한 시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다. 여성 BJ 인아 역을 맡은 장지수 배우는 ‘시련’, ‘골든타임’ 등의 연극을 통해 대학로에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남자친구 승준 역의 김건호 배우는 최근 뮤지컬 ‘세자전’에서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연기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인>의 특별한 지점 첫 번째는 ‘리얼함’이다. 우선 여성 BJ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인아(장지수)는 카메라가 켜지면 시청자들에게 연신 웃음과 애교를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지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돈을 벌기 위해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한탄을 담배 연기와 함께 내뿜는다. 여기서 인아의 인터넷 방송 예명이자 영화의 제목 ‘가인’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인아는 카메라가 켜지면 사람들에게 예쁜 여성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가인(佳人, 아름다울 가+사람 인)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모두 거짓된 연기라는 점에서 가인(假人, 거짓 가+사람 인)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 그려지고 있다. 인아가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된 동기는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다. 동거하는 남자친구 승준(김건호)은 인아가 계속해서 방송을 하도록 부추긴다. 그리고 불법 촬영물이 담긴 usb를 협박의 수단으로 삼는다. 마치 성매매 업소의 포주처럼 여성을 협박하여 노동을 강요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이윤을 착취하는 영화 속 상황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2020년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인터넷 성인 방송의 실태를 파헤치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불법 성인사이트와 조직폭력배를 끼고 있는 소속사에서 BJ를 전문적으로 양성하여 성인 방송에 출연시키고 이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상당수 챙겨가는 ‘현대판 포주’의 존재를 고발한 것이다. BJ가 노출 방송이 싫어 일반 소통 방송을 하겠다고 하면 소속사에서는 일방적으로 선정적 콘텐츠를 요구하고, 그만두려고 하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BJ의 영상을 고의로 불법 유출하는 보복을 저지르기도 한다. 현실은 영화보다 잔인하다.


한편, 시청자인 남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판타지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고 그들의 기대가 충족되면 대가로 여성에게 돈을 지불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통해 선정적 콘텐츠의 제작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속에서 젠더 구조와 얽혀 만들어내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정보통신 기술과 만나 변형된 형태이다. 영화는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간결하게 묘사하여 오히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가인>의 특별한 지점 두 번째는 ‘영화적 재미’다. ‘가인’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작품 자체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단편영화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십분 활용된다. 15분의 러닝타임 동안 인아에게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고와 이로 인한 남자친구 승준과의 갈등, 그리고 반전까지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관객은 인아가 승준의 협박에 저항하는 상상을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의 반전을 통해 자멸하는 인아에 대한 연민과 승준에 가하는 반격에 대한 통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야말로 영리한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리얼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보는 즐거움까지 갖춘 영화 가인을 추천한다.


+)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인아 역의 장지수 배우님께 인터뷰를 부탁드리고 싶어 영화의 배급사를 통해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메일을 통해 몇 가지 질문을 드렸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배우님에 대한 이야기와 관객에게 전하는 다정한 인사까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안녕하세요, 장지수 배우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람이 좋아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 장지수입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고 것,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배우가 된 사람입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피드를 보니 굉장히 많은 연극에 참여하셨더라구요. 연극 연기와는 또 다른 영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배우로서 느끼는 영화 연기는 아무래도 컷의 사이즈나 구도에 따라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연기를 고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플레이백을 하면서 감독님과 대화하고 시도하며 최상의 모습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각 팀 감독님들과 더 좋은 장면을 위해 치열하게 시도하는 그 과정을 정말 사랑합니다. (ㅎㅎ)



작품에서 인터넷 방송 BJ를 연기하셨는데 실제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처럼 리얼했습니다. 연기하시면서 인터넷 방송을 참고하셨는지, 혹은 BJ 역할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인터넷 방송을 전혀 보지 않아서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촬영 전까지 여러 여자 bj 분들의 방송을 정말 많이 봤어요. 보면서 연습도 많이 하고 촬영장을 갔는데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쉽지 않더라구요. 본 성격이 워낙 대장부라서..민망한데 심지어 원테이크로 가야 하는 씬들이었거든요. 스탭분들이 옆에서 응원해줘서 해낼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너무 잘하고 있다" "bj 같다" "예쁘다 귀엽다"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ㅎㅎ)



극 중 인아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이 두 가지로 나오는데 하나는 상상에 그치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배우님께서는 인아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아가 결국 선택한 방법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인아가 온전하게 해방될 수는 없었겠지만 결국 선택했던 쪽은 인아를 영원히 해방되지 못하게 할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대담함으로 그냥 그곳에서 벗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럼 저라도 도와줬을 텐데.. ㅎ)



마지막으로 <가인>을 보는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영화를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인아가 있다면, 같은 상황이 아니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에 힘들어하신다면 담대함과 용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생각보다 강하답니다. 모두 몸과 마음 건강하시고 항상 사랑하세요!


배우 장지수 님 프로필 사진(본인제공)


바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진솔한 이야기 들려주신 장지수 배우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연기에 진심과 열정을 담아내는 배우님의 연기가 더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해당 글은 독립ㆍ단편영화 배급사 '퍼니콘'이 운영하는 인디매거진 '숏버스'에 게시된 홍보용 리뷰입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038223&memberNo=16396899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038471&memberNo=1639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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