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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Apr 25. 2019

오발탄 같은 소년

법구경 화향품,  이범선 오발탄, 윤동주 서시, 롱펠로우 인생찬가

"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소년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이범선, 오발탄 중


집으로 가야 하나? 아니, 그곳에 송장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어머니만 있는 걸

병원으로 가야 하나? 아니 아내는 이미 죽었는 걸

그렇담, 경찰서로 가야 하나? 아니, 동생이 강도짓 한 것이 사실인데 뭘 어떡해.

택시 기사는 다 왔다며 내리라고 한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나.

철호는 결국, 택시 뒷자리에서 쓰러진다.


구글 이미지, 오발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체, 병원과 집과 경찰서 사이에서

왔다 갔다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무엇을 공부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나와 문득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따져보자면, 정말 되고 싶었던 과학자란 꿈을 가지고 있었을 때에도

표적으로 나아가는 총알인 척하였지만

매 순간,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 항상 고민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의 시의 화자처럼

모든 "나"라는 존재는 오발탄의 숙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발탄이라는 탄환이 있을 수 있을까?

에초에 용납될 수 없는 잘못된 삶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누군가의 삶에  "오발"이라는 누명을 씌울 수 있다는 말일까?


총구가 안이 아닌 밖을 향할 때,  필연적으로 오발탄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 소총수의 믿음을 기준으로

그가 쏜 총알은 정조준되어, 다른 총알들은 오발탄이 될 수밖에는...

자신도 남들에게 오발탄이 되어버린 체...

그렇게, 열등감과 우월감이라는 이름만 남은 시체들이 이 전장 위에 남은 것일까.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택시에 앉아서 고민만을 하고 있는 철호처럼

어떤 것이 가장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는 나는 착각을 하고 있다.


매번 속고 있지만, 특정한 형태의 삶이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이득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단단한 착각

이미 지나간 과거와 오지도 않은 상상 속의 미래에 얽매임

가장 중요한 지금이라는 순간을 매번 놓치고 있는 삶에 대한 불성실

어쩌면, 오발탄이라는 오명은 내가 선택한 나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나의 시선이 총이라면

내 총구가 향해야 할 곳은

단 한 곳이다.


탄약고 경비를 서듯이, 계속 지켜봐야 할 곳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을까 항상 감독해야 하는 곳

어렵겠지만, 내 총구는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들을  노리고 있어야 한다.




영원한 진리의 말씀, 법구경, 김달진 옮김


55

전단이나 '다갈라(향 이름)'

청련화 '발사길(향나무 이름)'

아무리 그 향기 좋다 해도

계(戒)의 향기만 못하다.


57

계를 갖추어 이루고

행실이 방일하지 않음에 머물러

바르게 알아 해탈한 사람에게

악마는 그 틈을 타지 못한다.


계(戒)를 잘 지키고 싶다.

미지근하게 말고

나를 정말로 뜨겁게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다.

그래야만, 살 수가 있고

살아도 산 것이 될 수 있다.


계(戒)를 잘 지키고 싶다.

더 이상 총구를 겨눠야 하지 않을 때

나도 오발탄의 오명을 벗고

게송 속, 말리부인 처럼 계(戒)의 향기 가득한 사람 될 수 있을까.




법사님이 이야기해주신 이 시처럼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과거와 미래 사이의 지금 속에서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겠다.



    인생찬가


                                           롱펠로우



슬픈 목소리로 내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다만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니

만물은 겉모양 그대로는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인생의 종말이 될 수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가야 할 길은

향락도 아니며 슬픔 또한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것,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나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을 향한 장송곡을 치고 있느니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말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서 이기는 영웅이 되어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는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죽은 채 버려두어라.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안에는 영혼이, 위에는 하느님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치느니

우리도 숭고한 삶을 살 수 있고

떠날 땐 지나온 시간의 모래 위에

우리의 발자취를 남길 수가 있느니


그 발자취는 아마도 훗날 다른 사람이

장엄한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다가

외롭게 파도에 난파하는 때를 만나면

보고서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될지니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지 않으려나

어떤 운명인들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계속 성취하고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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