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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Jun 24. 2020

거북이 등껍질


할머니 손등의 거북이 등껍질은


나에겐 무엇이든 만들 수 있던 장난감


주욱 딱딱한 살갗을 잡고 늘이면 큰 산


그 위에 주름들은 골 따라 흐르는 강


닳아 짧아진 작은 털들은 나무와 풀


나는 한참 그 위를 걸어 다니다


걷다가 뛰다가 큰 골 두 개 너머 다른 세계로 


오랫동안 있던 산도 해가 저물 때쯤 다시 거북이 등껍질로


몸을 잃은 거북이 


팔십해 동안 느릿느릿


제 집을 찾았는지


어느새 집을 찾고 다시 바다로


내 손등 위에 자란 거북이 등껍질


나를 찾는 아기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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