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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라샘 Oct 24. 2024

떼쓰는 아이로 만드는 처방전

좌절을 겪게 하지 마세요

피카소반 경험 후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나의 세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가르치고 싶고, 키우고 싶고, 더 알아가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러다 아이들의 심리를 알고 싶어 거의 두 시간이 넘는 야간 대학교를 다니며 미술심리치료를 공부하게 된 게 인생의 신이 한수였다. 내 역량을 10배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 도자기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마주 보는 모든 아이들의 감정과 감성을 도자기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미술심리치료센터는 아니지만 흙놀이로 그 못지않은 마음을 여는 활동으로 이어가면서 입소문이 나서인지 재 체험률이 꽤 높은 공방이 되었다. 하지만 완성보다 아이들 손 맛 그대로 남겨진 과정에 초점을 두는 곳이라 반듯하게 나오길 바라는 부모들에게 실금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하는 그런 호불호가 갈리는 공방이다. 하지만 적나란 못난이 완성작에 실망하신 부모님도 결국 다시 찾아온다.  "아이가 여기를 또 오고 싶다고 해서요"

20년 넘게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을 접하고 다양한 사례들로 정리한 메모가 있다. 그리고 직접 아이를 키워보며 지식에 경험이 덧대어져 간간히 수업한 아이들의 육아피드백을 원하는 분들께 들려주게 되었다. 각기 다른 집안 사정과 환경이라 아이를 키우는 것에 정답이 없지만 적어도 나쁜 육아는 확실히 보였다. 확실하게 아이가 클수록 힘들어지는 육아방법을 역설적인 방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떼쓰는 아이로 만드는 방법!

아이들의 떼쓰는 것을 자주 더 심하게 보고 싶다면 수시로 예외를 두자. 분명 놀이터에 가지 않기로 미리 말을 했음에도 조르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딱 이번 한 번 만이야'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호자가 했던 말을 수시로 번복할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특히 거짓말은 최고의 방법이다. '다음에', '나중에', '이따가' 같은 상황 모면거짓말을 부모가 습관화하면 된다.  



공부 못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부모가 스마트폰을 놓지 말아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고 예외 없이 그대로 따라 한다. 미디어 노출이 많을수록 기억력,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활성화를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음을 우린 수많은 육아서적과 영상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더 어릴 때 노출시킬수록 효과는 크게 나온다



무기력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

화를 자주 내면 된다. 하나의 잘못을 물고 늘어지게 얘기하라. 소위 잔소리라고 하는데 훈계 시 짧고 굵게 하면 효과가 없으니 아주 길게 장소를 옮겨가며, 과거를 들먹이며, 남들과 비교하며, 꾸준히 말하면 된다. 물론 높은 언성은 기본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억울함이 많은 아이로 키우는 방법!

상실감, 실망감, 절망감, 억울함, 결핍을 모르게 키우면 된다.

엄마가 공감능력이 너무나 좋아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을 뼛속까지 함께 느끼며 아이와 본인을 일체화시키는 엄마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걸 해결해 주면 된다. 마음 아파하면 안 되니까 곧바로 똑같은 것을 사주고, 못 할까 봐 대신해 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지속된 행동을 무리해서라도 이어 나가면 된다. 회복탄력성을 배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감정들이지만 무시하면 된다. 아주 작은 키링을 잃어버린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들을 뒤로하고 내면을 추스를 기회도 없이 너무나 쉽게 해결되는 상황을 반복해서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면 만족감을 모르는 아이로 크게 된다.




나의 공방은 기본 분리수업이다. 체험하는 아이들 외 양육자는 멀리 있는 대기실에 있게 된다. 하지만 극구 체험비를 지불면서 함께 하고자 한다면 말릴 여력은 없다. 그렇게 함께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에게 계속된 지적을 이어가다 결국 본인이 다 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왕 만드는 거 쓸모 있게 예쁘게 만들면 좋겠다는 이유이다. '완벽한 그릇을 원하면 사면되지 굳이 왜 체험을?'이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갑갑해진다. 체험하는 내내 아이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럴 것이 체험하는 동안 엄마에게 수많은 비난과 지적을 받아야 하니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 그 모습이 일상인지 아직 초등 저학년 치고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또 어떤 아이들은 엄마의 손길이 당연하듯 지시하고 본인의 생각처럼 해내지 못하는 엄마를 질타한다. 내가 끼어들 틈이 없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 상태니까. 난 그저 장소제공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경제적인 이유와 환경으로 각기 다른 사정으로 살아가며 아이들을 양육한다. 적어도 남들만큼 해 주려는 노력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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