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브랜드 관점에서 바라본 '브랜드 문재인'
평창올림픽이라는 하나의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글이 아니며, 이를 마케팅과 브랜딩의 관점에서 서술한 글입니다. 따라서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래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윽고 결과는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바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입니다. 이 논란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사람들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이다", "기회가 박탈된 선수들이 안타깝다", "공정성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위배한다"
한편 해당 논란이 점화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전 주대비 3% 하락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20대 지지율이 75%에서 68%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왜 20대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을까요?
(사실 발표된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해 봤을 때 높은 편에 속합니다.)
20대 지지율 하락은 '브랜드'에 있습니다. 고로 대통령 문재인이 아니라 '브랜드' 문재인을 봐야 합니다.
평생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선택은 곧 '소비'라 부를 수 있습니다. 소비에 큰 영향을 주는 건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는 명확하고 일관된 하나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우리의 인식에 자리를 잡는 것의 조력자는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은 단기적인 판매실적을 위한 50% 할인처럼 단순히 가격 프로모션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 곳곳에 위치한 현대카드 OO라이브러리에서 보다시피, 직접적인 소비를 창출하진 않지만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든 경험을 마케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우리의 인식 내 자리 잡게 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를 지키고, 확장해나가는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관리에 실패하게 된다면 당장은 브랜드 인지도가 남아있겠지만, 소비를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럼 자연스레 브랜드는 우리의 인식 너머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바로 '브랜드 문재인'은 '관리'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두 번의 선거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지금까지, 우리는 '브랜드 문재인'에 대해 충분히 학습됐습니다.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에서 그의 안보, 시각 장애인이 만든 구두의 헌 밑창에서 그의 검소함, 어려운 독립운동가 후손을 찾아가 올리는 큰절에서 그의 정의. 브랜드 관점에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스토리들은 '미담'으로 불리며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학습을 거쳐 우리 인식에 자리한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인 '브랜드'로 선거에서 소비됐고, 대통령 문재인이 됐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같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에서 우리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바로 학습된 브랜드의 이미지와 그의 실체에서 괴리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문재인'이 이번 논란에서 평등하지 못한 기회를, 불공정한 과정을,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20대에게 보여줬습니다. 20대가 마주한 그의 모습은 마치 경제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소의 희생을 강요했던 그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대의명분만 바뀌었을 뿐.
이런 모습은 지난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를 연상시킵니다. 수십 년 동안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혁신이라는 메시지를 애플은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도록 업데이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크게 파문이 일었고, 세계 각지에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슈에도 고개 하나 끄덕하지 않던 애플이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들* : 지금 생각하고 계신 그들 맞습니다.)
20대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이 아닌,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브랜드 문재인'과 합치된 실체를 보여줘야 합니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믿고 그를 소비했던 국민에게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 관리에 실패한 모든 브랜드의 공통과제입니다. 끝으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뿐 아니라 폐막 그 이후에도 무탈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