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일상을 잇는 콘텐츠 이야기
지난주 일입니다. '윤식당2' 3화의 평균 시청률이 케이블 예능 평균 시청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tvN ‘삼시세끼 어촌 편 1’ 5화의 14.2% 기록을 깬 지 불과 일주일 만입니다. 최고치를 떠나, 케이블 예능이라는 점에서 시청률이 말해주는 두 콘텐츠의 엄청난 인기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윤식당과 삼시세끼 모두 요리를 한다는 점에서 여타 쿡방과 차이가 없습니다. 과연 두 프로그램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였을까?
많은 사람이 윤식당, 삼시세끼를 쿡방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들의 본질은 쿡방이 아닙니다.
당연하지만 어렵습니다. 먹고살자고 우리는 경쟁을 하고 일을 합니다. 하지만 삼시세끼를 챙길 시간조차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나PD는 바로 이 점을 공략했습니다. 대게 우리는 치열한 대학입시를 거쳐 사회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또 다른 경쟁이 우리 눈앞에 놓입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도 어두워진다는 취업전선입니다. 어려운 취업 뒤엔 야근이 반복되는 일상이 기다립니다. 시작하면 끝이 있듯, 우리에겐 '쉼'이 필요합니다. 나PD는 바로 이 부분을 공략했습니다.
나PD는 2017 칸 국제 광고제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신의 콘텐츠의 출발점을 '무위도식'이라 했습니다.
무위도식이란 오로지 먹고 놀기만 하는 걸 의미합니다. 즉, 경쟁에 지친 우리의 환상(Fantasy)입니다. 그렇다고 나PD는 7성급 호텔이나 지중해의 리조트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내면 갈 수 있는 시골의 한적한 집이나 휴가시즌에 가봄직한 해외 여행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때문에 일상의 환상(Real-Fantasy)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라캉은 욕망이 인간의 욕구와 요구의 간극에 있다고 합니다.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 배설욕처럼 가장 일차적인 충동입니다.
요구는 일차적인 충동을 현실에 맞게 절충한 표현입니다.
욕망은 이런 욕구와 요구의 간극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지친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나 쉬고 싶은 '휴식 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힙니다. 마냥 쉰다면 월급이 끊길 것이고, 생계를 위협받을 겁니다. 결국 우리는 일차적인 욕구와 현실의 문제 사이에서 절충안을 내놓습니다. '휴가에 일본(가까운 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라는 절충안이 일종의 요구입니다. 하지만 요구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입니다. 요구가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생기는 간극이 바로 욕망입니다. 나PD는 우리의 욕망을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로 자극했습니다. 이 콘텐츠에서 보여준 건 정말 큰 맘을 먹으면 갈 순 있겠지만, 현실의 문제로 막상 가기엔 꺼려지는 그런 여행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나PD의 콘텐츠에 이끌려 TV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수필집의 일부입니다. 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정의한 부분입니다. 우리에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긴 문구보단 소확행이란 단어로 소개됐습니다. 앞으로 소확행이란 단어를 더 자주 듣게 될 겁니다. 일상의 환상(Real Fantasy)을 충족시켜줌으로 느끼는 행복이 바로 소확행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환상(Real-Fantasy)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광고가 '야놀자로 잠깐 여행 좀 다녀올게요'입니다. 앞으로 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업계를 막론하고 우리 삶에서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시청률 참고 기관 : TNMS, 야놀자 광고 출처 : 야놀자 유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