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유튜브 광고로 보는 소비 트렌드와 B급 감성
'졸라맨'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총몇명'님의 콘텐츠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닌, B급 감성이라는 글의 문맥에 적합한 표현을 찾다 쓰게 된 워딩입니다.
아이패드를 산지 반년 정도 됐다. 글을 읽고 쓰는 데 목적을 두고 샀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훌륭한 유튜브 플레이어가 되어있었다. 난 유튜브를 많이 보는 날엔 4시간 이상보는 듯하다.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지라, 유튜브 광고를 유심히 본다. 아이패드를 샀을 때쯤 유튜브에 주로 나온 광고는 야놀자의 욜로 컨셉을 한 로꼬 그레이 광고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컨셉이 바뀌었다. [잠깐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마치 나의 일상을 그린듯한 광고였다. 로꼬와 그레이 광고는 모델에 집중했다면, 일상 광고는 일상 속 부담 없이 떠나는 잠깐 여행 그 자체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또한 바뀌었다. 이젠 왠 '졸라맨'이 나오는 광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거라고?
돈 많아? 그런 걸 왜사?
야! 놀자!
삶을 즐겨 삶을 즐겨 3번 놀 때마다 3만 원 무한 지급 지금을 위한 삶 야놀자
그레이 광고는 욜로 컨셉이다. 광고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야놀자 광고 속 '욜로'는 '골로'의 느낌이다. 너무 '즐거움'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욜로의 진정한 의미는 '즐거움'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이다.
욜로는 미래나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행복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위한 능동적인 삶. 즉, 가치관에 맞춰 욜로의 지향점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통장에 많은 액수의 돈이 찍혀있길 원한다면, 아르바이트와 같은 돈을 버는 행동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욜로는 본인의 가치관에 맞는 행복을 위한 능동적인 삶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소모적인 즐거움'을 지향한 듯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이미 '욜로'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못한다. 욜로보단 '골로'에 적합한 메시지였으며, 내게 이 광고는 단지 그레이와 로꼬의 광고로 기억된다.
하루만 여행 좀 다녀올게요
2시간만 여행 좀 다녀올게요
잠깐 여행 좀 다녀올게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심플하고 쌈빡(?!)한 느낌의 광고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신선하다. 진정성 있는 공감되는 메시지로, 적당한 모델을 섭외한 광고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힘들다. 앞선 모델은 있지만 메시지가 없는 로꼬와 그레이의 광고에서 보듯이 말이다.
그레이/로꼬 광고에선 욜로를 해석하는데 메시지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이와 대척점을 이루는 라이프스타일이 뜬다. 바로 김생민 씨의 짠테크다. 짠테크는 쉽게 커피값 모아 노후대비를 하는 것처럼 극단으로 절약하는 삶을 뜻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야놀자 광고의 전체적인 느낌이 바뀐다. 그레이와 로꼬 대신 '우리 일상'을 그린 광고였다.
다 좋지만 한 가지가 빠진 것이다. 바로 '감성'이다. 일상을 그린 광고는 위화감이 없어 침투력이 좋지만, 우리 인식에 각인되기엔 인상이 약하다. 강력하게 인상을 줄 수 있는 감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보완한 새로운 광고가 나오게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총몇명님의 대표작 중 하나다. B급 감성이 주는 강렬한 인상을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맨 위 야놀자X총몇명님 광고 영상과 일상을 녹인 광고를 보면, 큰 스토리와 광고 속 메시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에 각인되는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이 광고를 보고 나서다.
B급 감성은 강렬한 인상뿐 아니라, 젊은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G마켓의 광고다. 이처럼 B급 감성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무엇에 목적을 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쓰임에서 앞으로도 B급 감성은 계속해서 쓰일 듯싶다. 앞으로 어떤 목적에서 B급 광고가 나올지 유심하게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