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S(콘텐츠 관리 시스템)과 제작자의 니즈로 본 두 플랫폼 이야기
작년 대도서관-아프리카 TV 결별은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의 이혼만큼이나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이들의 결별을 둘러싼 말들이 많았으나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아프리카 TV를 미디어로 볼 것이냐? 플랫폼으로 볼 것이냐?”입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TV 서수길 대표는 매우 모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아프리카는 플랫폼? 미디어? 서수길 대표의 직접 해명 유튜브)
우리는 플랫폼의 기능, 미디어의 기능 모두를 가지고 있어,
하나로 규정짓기 어렵다.
쉽게 말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의 답변을 원했던 사람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분명 대도서관과 서수길 대표, 양측은 저마다 논리를 가졌습니다. 이 글에선 한 진영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전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와 비교를 위해, 최대한 플랫폼의 측면에서 아프리카 TV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브런치와 아프리카 모두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물론, 다루는 콘텐츠는 다릅니다. 브런치는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속칭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따라서 텍스트 콘텐츠를 주로 다루고, 이미지를 곁가지로 다룹니다.
한편, 아프리카는 개인 방송 플랫폼입니다. 더 정확히는 개인 LIVE 방송 플랫폼입니다. LIVE가 붙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LIVE를 보지만, 영상을 보진 않습니다. 사실, 베스트 BJ 같이 독점계약 상태가 아닌 경우엔, 플랫폼별 LIVE 이용자 수에서 유튜브가 압도적입니다. 어찌 됐건 이들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보단 유통을 맡아 하나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집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플랫폼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생태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먹이사슬로 이뤄지는 순환구조입니다. 이들의 차이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두 플랫폼의 순환구조를 보기 전에 이들의 생태계 논리를 간단히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를 CMS라 부릅니다.
CMS란? Contents 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유통-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CMS는 진입장벽 수준에 따라 오픈형과 폐쇄형으로 구분됩니다. 당연히 장단이 존재합니다.
브런치는 폐쇄형 CMS의 대표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물론, 브런치 작가가 되려면 작가 신청절차를 밟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폐쇄형의 장점은 '수질관리(?!)'에 있습니다. 일정 수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글을 쓸 수 있기에 글의 퀄리티가 보장됩니다. 덕분에 양질의 콘텐츠로 플랫폼은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전문성을 통해 럭셔리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신에 양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보일 수 있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에 물을 대지 않으면, 어느 순간 논은 메마릅니다. 신규 제작자 유입의 한계는 플랫폼 자체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대표적인 오픈형 CMS입니다. 방송 송출을 위한 장비(그래 봤자 컴퓨터와 캠, 마이크 정도)와 아프리카 아이디만 있으면 됩니다. 이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에 콘텐츠의 질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작가 신청 시, 앞으로 어떤 분야의 글을 쓸지, 목차, 개요를 담은 일종의 300자 계획서를 요청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브런치 나우를 보면 키워드 별로 카테고리가 분류하고 있습니다. 즉, 계획서로 해당 신규 작가가 어느 카테고리의 글을 쓸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IT/트렌드, 멘탈 심리 탐구, 시사/이슈 등 콘텐츠 간 충돌을 막습니다. 그리고 계획서를 쓰는 작가로 하여금 일종의 방향성을 갖게 하여 스스로 이탈하지 않게끔 유도합니다. 동기부여는 덤입니다. 그리고 랭킹 시스템 대신 모든 작가들이 고르게 상단에 노출될 수 있게끔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카테고리의 다양성은 물론,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 개인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브런치는 저마다 차별화된 브랜드가 입점한 편집숍이 되는 것입니다. 멋있는 편집숍에 입점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들은 노력을 하게 되고, 입점 브랜드들 또한 스스로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즉,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는 수직적 발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아프리카는 콘텐츠 카니발리제이션의 온상지입니다. 우선 서로의 영역 구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랭킹을 따르는 약육강식 시스템을 가졌습니다. 때문에 순위를 올리기 위해, ME-TOO가 판을 칩니다. 제작자들은 특색 있는 콘텐츠 대신에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려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되고, 윤리적인 문제도 야기시키는 콘텐츠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는 전체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수평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언급한 문제들 때문에 한시적입니다. 언젠간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두 플랫폼이 큰 차이를 보이는 건 CMS 형태의 이유도 있지만, 플랫폼을 대하는 제작자의 마음가짐 혹은 니즈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브런치는 직접적인 이윤창출보다는 개인 브랜딩 혹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채우고자 하는 제작자들이 많은 반면, 아프리카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국 이런 마음가짐은 플랫폼의 향방을 크게 좌우합니다.
앞서 내용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브런치는 '모자이크'고 아프리카는 '용광로(melting pot)'입니다. 친근한 말로 표현하자면, 밥입니다. 향후 변화에 따라 아프리카 TV가 비빔밥이 될지, 개밥이 될지 결정됩니다. 이는 플랫폼이 갖는 브랜드 이미지에 달렸습니다. 브런치의 순환구조에서 말했듯, 플랫폼은 하나의 편집숍일 뿐입니다. 편집숍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건, 편집숍에 입점한 브랜드들입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TV는 지금이라도 개인 브랜드들의 마음가짐/니즈를 돌려놓을 수 있는 혜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게 수익모델이 됐든, 지원정책이 됐든, 서비스 전반이 됐든. 20년 후에도 아프리카 TV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2만명 작가 모인 브런치…"글쓴이들의 생태계 될 것" 아시아경제 2017.8.26
브런치는 어떻게 글 잘쓰는 사람들을 모여들게 했을까? KAVENGA 2017.4.15
대도서관 vs 아프리카TV, 플랫폼 이해 차이가 불러온 ‘비극’ 테크수다 서준석PD 2016.10.21
출처가 따로 적혀있지 않은 이미지-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