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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식 Sep 17. 2016

플라톤 선생님, 이번은 틀리신 것 같습니다

왜 민주주의여야만 하는가

'플라톤 선생님, 이번 일은 선생님께서 틀리신 것 같습니다.'

 고작 1000자 안팎의 자기소개서 작성조차 어려워하는 일개 고등학생이 서양철학의 거목에게 하기엔 무례한 말이다. 그러나, 이번엔 확실히 선생님께서 틀리신 것 같다.


 플라톤의 대표적 정치사상인 철인정치론을 내가 아는 선에서 풀어내면 다음과 같다.

 국가는 생산자, 수호자, 통치자의 세 계급으로 나누어지고, 각 계급은 타 계급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통치자는 철학적 지식을 겸비하고 이성을 기반으로 현실을 이데아와 합치시키려는 방식으로 통치해야 한다.  플라톤은 국가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한다,


 '배를 조종하는 권한은 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선장에게 일임되어야 한다. 배에 대해 무지한 승객들의 의견을 반영하다 보면, 결국 배는 식량을 구하지 못하거나, 폭풍에 휘말리는 등의 이유로 침몰하게 된다. 국가 역시 이데아에 대한 지식을 지닌 철인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


 이러한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무욕과 완전한 지식의 겸비라는 조건을 지닌 통치자 하에서, 국가는 번영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나도 처음 이 이론을 접했을 때, 통치력있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통치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미묘한 동경과 같은 감정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을 바라보게 되면서, 저러한 통치가 불가능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무욕, 완전한 이성이라는 조건은 본질적으로 욕망의 동물인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였다.

 최근, 동경하고 있던 법조계에서 연달아 터지는 비리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구조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법조인들이 전관예우, 스폰서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보면서, 무욕의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한 번 더 굳히게 되었다.


 설령 무욕의 경지, 극도의 이성적 인간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어 나가면서,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겐 애착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애착이라는 감정은 필연적으로 욕심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또한, 완벽한 철인이 통치하더라도 피치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버려가면서까지 철인의 통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철인 정치는 불가능하다.


 동시에, 이러한 철인정의 약점을 없애버리는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역시 중우정치의 가능성, 대중의 표를 얻기 위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한 표를 가지고 자신의 의사를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차악이자 최선의 정치체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에서 언급한 민주주의의 부작용을 줄여나가는 일일 것이다. 건전한 공론장의 형성, 시민사회의 정치세력에 대한 압박과 견제를 통해, 민주주의라는 큰 벽에 난 구멍을 매워 나가는 것, 그것이 현대 시민인 우리가 직면한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플라톤 선생님이 현대에 살아 돌아오신다면, 자신의 철인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씁쓸해 하시면서도, 무척이나 발전한 사회를 보며 흐뭇해하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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