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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링기 Mar 07. 2022

[애] 달달한 알고리즘의 맛

90%의 단 맛과 10%의 슬픈 맛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인스타에서 내가 좋아할 법한 강아지나 고양이 사진이 추천 게시물로 뜨는 것을 보면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브런치에 올린 글이 포털 사이트 Daum의 [홈&쿠킹]에 올라간 것을 보면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정답을 알려줘, AI여.

  메인에 올라간 글은 명절과 제사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동생에게 이 글이 왜 [홈&쿠킹]에 추천 콘텐츠로 떴는지 알겠냐고 물어보자 집에서 제사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니까 얼추 들어맞지 않냐고 대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알고리즘의 깊은 의미까지는 알 수 없어도 그 힘은 대단해서 나의 글은 말 그대로 떡상을 했고 며칠 만에 10만 뷰를 찍게 되었다. 와우. 이전에도 두 어 차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조회수가 급격히 증가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 글만큼 다양한 독자의 반응을 불러일으킨 글은 처음이다. 슬쩍 겁이 날 정도로 높은 조회수는 물론 자꾸만 늘어나는 다양한 댓글들을 보고 이것이 성공의 맛인가,라고 잠시 생각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사에 대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걸까. 유난히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공감하거나 각자의 생각을 담은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나와 비슷한 입장인 댓글들을 보면서 이 분들을 모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적었나, 싶은 댓글도 있었다. 의견은 다르지만 찬찬히 읽으며 배울 수 있는 댓글도 있었다. 어떤 분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족들끼리 모여서 고인을 추억한다고 했다. 나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만의 방식으로 부모님을 기릴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온 가족이 제사를 준비하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 돌아가신 분을 추억하며 가족끼리 잠시 시간을 갖는 역할을 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만약 우리 집의 제사도 그런 모양새였다면 나 역시 제사나 명절을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난생처음 댓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어서 웬만한 댓글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법이다. 헛웃음이 터지는 댓글도 있었다. 가장 재미있던 댓글은 다섯 글자로 이루어졌는데, [예수쟁이들]이었다. 나의 글에는 특정 종교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는데, 이 분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은 댓글로 꽤나 길게 결혼 과정에서 남자가 부담하는 경제력과 남녀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셨다. 남자 등골을 뽑아 먹거나 돈을 뜯어먹을 생각을 버리라는 조언을 남겨주셨는데 순간 드라마 태조 왕건의 궁예가 떠올랐다. 관심법이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단어나 문장 중 어떤 부분이 이 분에게 참 교훈성 댓글을 남겨야겠다는 동기를 준 것일까. 아마 그 이유는 평생 알 수 없으리라.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

  

  그 어떤 콘텐츠도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콘텐츠는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 일수도 있겠다. 나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이 다르며 되려 나와 다른 의견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의도와 무관하게 글이 해석되거나 일방적으로 곡해되는 것은 슬펐다. 처음에는 내 글이 무슨 빌미를 주었나, 살펴보려 했지만 자기비판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까려고 마음먹으면 단어 하나로도 마음껏 비난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떡상을 기원하며 넣어보는 그래프 사진.

 아무튼 달달했던 알고리즘은 금세 끝났고 브런치 앱을 수시로 들어가도 새로운 알람은 보이지 않는다. 브런치 앱의 [통계] 섹션을 들어가면 쪼그라든 조회수가 나를 반긴다. 선플이든 악플이든 좋으니 다시 한번 알고리즘을 타서 떡상하고 싶다. 역시 나는 관종인가 보다. 이러나저러나 조회수만 늘면 좋은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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