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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링기 Mar 30. 2024

0화_ 그렇게 브라질에 간다.

나를 어느 나라 사람으로 본 걸까

정신 차려보니 상파울루로 떠나는 비행기 안이었다. 한국에서 상파울루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없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이었다. 어디로 가도 오래 걸리는 건 매한가지라서 중동, 유럽, 미국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여러 옵션 중 나는 중동 항공사를 선택했다. 오일머니가 주는 안락함은 전 세계 어떤 항공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10시간과 15시간, 도합 25시간의 비행을 거치며 생각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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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잘 다니다가 왜 느닷없는 브라질인가. 퇴사도 휴직도 아니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1년짜리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어 낯선 남미, 그것도 브라질로 떠나게 되었다. 간단하고 담백하게 적어내었으나 좋은 기회였고 이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소식을 듣고 많은 동료들이 축하해 주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주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회사 사람들도 있었다. 괜히 머쓱하고 감사했다. 결혼할 때 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은 것 같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두 아이의 아버지가 해준 말이었다. 신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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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잖아, 잘 다녀와."

남편은 슬픈 눈으로 축하해 주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단 한 가지 걸렸던 것은 장거리 결혼 생활이었다. 파견 나간 나라에서 가족을 만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서 견우와 직녀처럼 1년 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다. 게다가 한국과 브라질의 시차는 더도  덜도 없이 12시간. 호락호락한 시차는 아니었다.

그래도 죽기 전까지 같이 살 테니 이번 1년을 서로 잘 보내보자, 쿨한 척했으나 결국 인천 공항에서 눈물이 터져버렸다. 우는 나를 말짱한 얼굴로 위로하는 남편을 보며 잠재적 사이코패스인가, 살짝 고민했다. 울면서 출국장에 들어가 울면서 수화물 검사를 받았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한국인 같지 않았는지, 검색대 직원이 영어로 말을 해주었다. 울면서 고민했다. 나를 어느 나라 사람으로 본 걸까.

그렇게 상파울루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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